TV, 신문, 잡지, 인터넷 등 언론에서 접하는 자동차 회사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태연하고 당당하게 소비자들을 기망하는 거짓말을 너무나 많이 한다. 뿐만 아니라 소위 저명한 자동차 전문가라는 분들까지도 외견상으로는 소비자를 위하는 척 하지만 역시 편파적으로 자동차 회사를 두둔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나 학자적 양심까지도 저버리고 노골적으로 자동차 회사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자동차 회사들이 하는 거짓말은 종류가 무수히 많지만, 두 가지 큰 거짓말이 있다. 하나는 차량 결함에 대한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신차 사기 판매에 대한 거짓말이다. 지면 관계상 오늘은 우선 자동차 회사의 결함 시정과 관련한 거짓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 한다.
차량 품질이나 성능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 회사들이 해명은 해야 하겠고 잘못을 시인하기는 싫으니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면 전문 지식이나 업계 관행을 잘 모르는 대다수 일반 소비자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 물론 그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자동차 전문가들도 많겠지만 대개는 본인과 직접 연관도 없는 일에 나서서 자동차 대기업을 상대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하지 않는다. 연맹에서 검찰에 고발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이런 거짓말의 경우 여러 부서의 담당자들이 검찰에 출두하여 서로 타부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기 때문에 거짓말의 행위 주체를 특정하기가 어려워 대개 무혐의 처분으로 끝이 나버린다. 그러니 자동차 회사들의 이런 거짓말들이 크게 이슈가 되어도 결국은 민형사상으로 별로 문제가 되지도 않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게 되는 것을 보면서 자동차 회사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면 역시 또 다른 거짓말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차량 결함이나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고, 시정하겠다고 한다면 소비자들이 이해를 해 줄 수도 있을 것인데, 그러기에는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이 허락을 않는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는 시인에 따른 비용 지출을 먼저 따지고 이미지 추락을 원치 않다보니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까다롭고 똑똑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웬만한 거짓말들은 직감적으로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간다.
차량 결함을 인지한 경우,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든 리콜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아니, 리콜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하여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리콜을 하게 되면 일간 신문에 공고를 해야 하고, 개별 우편 통지도 해야 하고, 리콜 전 1년 이내에 자비로 수리한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도 해야 하는 등의 많은 책임이 따르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생각해 낸 것이 캠페인이라는 용어였다. 불량 부품 교환 및 수리를 해 주는 것을 캠페인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 포장했다. 소비자들에게는 개별 통지도 하지 않고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만 수리를 해 주는 소위 몰래 리콜이 비일비재했다. 연맹에서 “캠페인이라는 말은 통상 사회적 운동에 사용하는 말인데, 차량 결함 시정이 스마일 캠페인이나 걷기 캠페인, 저축 캠페인과 같은 사회적 운동이냐?”고 질책하였더니 이제는 무상수리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제작결함은 무상수리가 당연하지 돈을 받고 제작 결함을 시정해 주는 경우도 있느냐?”고 물었지만, 여기에는 아직도 답변을 못하고 계속 무상수리라는 말을 쓰고 있다. 마땅한 용어를 못 찾은 모양인데, 앞으로는 근거도 빈약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캠페인이나 무상수리라는 말은 폐기해버리고, 솔직하게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 리콜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그에 따른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 주기 바란다.
자동차 회사들의 거짓말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나 전문가들이 보면 허접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창피하지도 않은가?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신경을 안 쓰는가? 점유율 80%를 상회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기아자동차부터 이런 식으로 하고 있으니 국산차, 수입차를 불문하고 어느 자동차 회사 하나 솔직한 회사가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잘못이나 실수는 이해해 줄 수 있지만 거짓말에는 참고 속아주기 어렵다. 요원한 일로 보이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을 우습게 보고 거짓말로 우롱하는 모습을 보며 눈살 찌푸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만약 자동차 회사들이 본 칼럼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한다면 얼마든지 구체적 사례들을 거론하며 입증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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