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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美·中·日 외교압박에 갈피 못잡는 한국

[아시아타임즈=이남석 기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3강의 강력한 압박외교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범이 가까워지면서 경제와 안보 등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한 가운데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이 악화되고 있고, 일본의 경우 위안부 보상 문제를 두고 연일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기에 확실한 대응책과 입장표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위기를 자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탄핵정국으로 인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외교 컨트롤 타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경제분야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P/연합뉴스)

△ 미·중·일 외교압박에 한국 '고립무원'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경제분야 기조는 '보호무역 강화'다. 한국에게 자유무역협상(FTA) 재협상 요구는 물론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발효된 교역촉진법에 따라 반기별로 주요국의 환율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일방향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세가지 조건에 충족되는 국가의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앞의 두 조건에 해당된다. 지난해 대(對)미 무역 수지는 233억5000만 달러 흑자를 달성했고, 미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GDP 대비 대미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8.3%(2015년 상반기 기준)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의 환율조작국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기업의 미국내 공장 설립 압박은 물론, 외국 기업에도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한 점도 국내 기업에게는 불안요소다.

기아자동차는 이달말 기업설명회(IR)에서 북미 수출 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하는데 올해 멕시코 공장 생산 물량을 지난해보다 15만대 늘어난 25만대로 설정했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단일 모델 포르테(K3)의 80% 이상을 북미로 수출하고 나머지 20%는 멕시코 현지 시장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이전보다 기업 운영에 불확실성이 생긴것은 맞지만, 아직 차기 정부의 구체적 방향이 나온 상황은 아니어서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트럼프의 정책이 확실히 드러나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문화·관광은 물론 경제분야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분위기다.

최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기고문을 통해 '사드 반대'를 올해 중국의 핵심 외교정책으로 꼽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한중 수교 25주년에 한국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 가속화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사드 배치가 늦춰지면 국면 전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갈등은 곧바로 관광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크루즈 관광객 유치 목표를 당초보다 50만명 하향조정했다. 중국에서 크루즈 관광 예약 취소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또한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사가던 국내 화장품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이 사드 때문에 화를 자초한다'라는 사평을 통해 "서울에 있는 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중국인들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 것을 선택할 경우 한국화장품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화장품 불매운동을 벌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 보복조치를 확대하고, 한국산 설탕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와 한국산 폴리아세탈에 대한 반덤핑조사 등으로 무역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위안부 보상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잇는 일본의 경우 우리 정부와 진행하던 통화스와프협상과 경제분야 고위급협의를 모두 중단했다.

통화스와프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외환보유액 비상시에 대비해 특정 국가와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8월 말 협상을 재개했지만 위안부 갈등이 증폭되자 4개월 만에 중단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NHK의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성실히 의무를 수행해 10억엔을 이미 출연했다"며 "다음은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현지시간) 미에현 이세에 있는 '이세신궁'을 참배하기 위해 신관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사드 문제, 초반에 확실한 입장 밝혔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중국·일본 과의 외교관계에서 보다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보와 경제 문제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사드배치 관련해 중국에게 확실하게 입장을 표명했어야 했다"며 "사드는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와도 연결된 외교문제이기 때문에 이제와서 사드를 철회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모 협성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무역제재는 미국과 중국의 두 국가 간의 권력다툼에서 우리가 희생을 당한 꼴"이라며 "때마침 미국 트럼프의 신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무역 보복이 함께 겹친 것이 우리 무역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중국의 무역제재는 한.중 FTA를 토대로 한 전자상거래와 서비스투자 분야의 확대로 대중 무역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다만 미국 트럼프의 신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남석 기자  lns@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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