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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고 있다"[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1.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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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교화가 쇠퇴하여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게 과거·벼슬·계집·재물·노름·농담·조롱·비방·싸움·아첨·사기·인색·시기·교만·사치·술·음식·말·가구·의복·신발 따위다.… 인심이 날로 나빠지고 세상의 도가 패하니 아이들 공부가 안 되는 것이 이런 데서부터 시작한다.…"

조선 때 선비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이렇게 개탄했다. 아이들이 보고 듣지 않고도 익히는 것도 있었다.

"글읽기를 싫어하고 일하기를 부끄러워한다. 그래도 온갖 잡기(雜技)는 권하지 않아도 잘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부지런하다. 바둑·쌍륙·골패·투전·윷·의전(意錢)·종경도(從卿圖)·돌싸움·팔도행성을 다 알면 부모·동료가 재주 있다고 칭찬하고, 못하면 비웃으니 딱하다.…"

이덕무는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정신을 소모하고, 지기(志氣)를 어지럽게 하고, 공부를 폐기하고, 품행이 엷어지게 하고, 사행심을 높이고, 심하면 돈내기를 해서 재산을 탕진시켰다"며 걱정했다.

오늘날은 어떤가.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게 '이덕무 시대'보다 훨씬 심각하다.

며칠 전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 시민감시단의 활동으로 지난해 성매매 광고 등 불법·유해 정보를 자그마치 5만 건 넘게 삭제하고 있었다. △불법 음란물 2만 7600건 △출장 마사지·애인대행 등 '조건 만남' 알선·홍보 1만 5024건 △하드코어·매직미러 초이스 등 유흥업소 알선·홍보 1만 4170건(24.9%) 등이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키스방·풀살롱 등 성매매 업소를 이용한 뒤 후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업소를 홍보하고 있었다고 했다. 남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동영상을 게시해 사람을 끌어 모은 뒤 성매매 업소 정보를 제공한 곳도 있었다.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기웃거릴 수 있을 만한 못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이를 5만 건 넘게 지워버린 시민감시단은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워버릴 수 없는 게 문제다. 정치판에서 나온 암 덩어리·악성 종양의 성직자·잔뜩 ×을 싸놓고·일본 같았으면 할복한다는 등의 거친 표현이다. 기름장어·카멜레온·피노키오·붕어 수준의 지적 능력·늙은 너구리·거짓말쟁이 등의 '인신공격' 닮은 발언도 있었다. 사이다·고구마·김장김치 등 정치인을 음식에 빗댄 말도 나오고 있었다.

이런 '무절제한' 말이 여과도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치하는 사람은 사람일 수 없었다. 모두 '짐승'이거나 또는 '병균'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特檢開愛食己(특검개애식기)'라는 욕설 비슷한 글을 띄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특검을 하는 사람 또한 사람이 아니었다. '개애식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은 '국정농단'이라는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어릴 때 못이 박히는 바람에 어른이 되어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정치판의 '막말'과 삿대질이 추가되고 있다.

아이들은 이런 껄끄러운 것들을 보고 들으며 자라고 있다. 이덕무의 걱정처럼, 저절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구가 줄어든다며 아이를 더 낳자고 야단들이다. 인구를 늘리지 않으면 '생산 인구'와 '소비 인구'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는 아우성이다. '대한민국 출산지도'까지 만들고 있다.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덜 나오고 있다. '전인교육'이라는 말은 점점 사라진 용어가 되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도 있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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