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VIEW 칼럼 이정선 칼럼
[이정선 칼럼] 도시락 달걀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1.11 10:58
  • 댓글 0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어린 시절에는 먹을 것이 귀했다.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않으면 '행복'이었다. '단백질'이라는 것은 명절 때나 구경할 수 있었다. 달걀도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몇 학년 때인지 동구릉으로 소풍을 갔다. 한번 쓰고 버리는 나무도시락 안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한 김밥과 삶은 달걀이 들어 있었다. 모처럼의 달걀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꼬마 친구들과 어울려서 나무도시락 뚜껑을 자랑스럽게 열었다. 친구들에게 달걀을 보여주며 뽐낼 참이었다.

하지만 옆 친구의 도시락을 본 순간 속이 상하고 말았다. 뽐내기는커녕, 오히려 열등감마저 느껴야 했다. 친구의 도시락에도 삶은 달걀이 들어 있는 데다가 그 모양까지 달랐기 때문이다.

친구 도시락의 달걀은 톱니처럼 들쭉날쭉하게 자른 것이었다. 맵시가 있고 훨씬 맛있게 보였다. 반면, 내 도시락의 달걀은 단순하게 절반으로 뚝 썬 것이었다. 어쩐지 투박하게 보였고 맛도 뒤질 것 같았다. 친구의 달걀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철이 좀 들어서 중학생 때 생물(生物) 과목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달걀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고향을 다녀오려고 시외버스를 탔더니, 어떤 신사가 날 달걀을 깨뜨려 먹고 있었다. 그 신사는 날 달걀을 한 자리에서 6알이나 먹어치우고 있었다. 마치 돈 자랑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무식한 사람이었다. 달걀은 꼭 소금과 함께 먹어야 한다. 소금 없이 먹을 때는 2알을 넘기면 안 된다. 그 이상 먹어도 영양분이 몸에서 섭취되지 않는 법이란 말이다."

선생님 역시 달걀 맛보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달걀은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그런 얘기를 들려줬을 것이다. 그 가르침이 맞는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이랬던 달걀이 다시 귀해지고 있다. '금란(金卵)'이라는 이름까지 붙으면서 음식점에서는 달걀이 들어가는 음식을 아예 메뉴에서 빼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달걀 선물세트'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상하지 않도록 푹신하게 감싸서 상자 안에 넣었다는 달걀 선물세트다.

하기는, 지난 2009년 설 때도 '달걀 선물세트'가 선보인 적 있었다. 달걀값이 얼마나 뛰었으면 선물세트였다. 이른바 'MB물가'를 조롱하는 듯한 선물세트였다. 그랬던 달걀 선물세트가 또 나오고 있는 것이다.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하겠다는 대한민국에서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현상이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증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사설] 숙의민주주의 명분 공론조사 남발 막을 ‘룰’을 만들자[사설] 숙의민주주의 명분 공론조사 남발 막을 ‘룰’을 만들자
[청년과미래 칼럼] No! 노키즈존[청년과미래 칼럼] No! 노키즈존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