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정치경제 AT시선
이 와중에 여행 권하는 정부[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1.11 11:01
  • 댓글 0

정부가 국민에게 '여행'을 또 압박하고 있다. 이번에는 '겨울 여행주간'이다. 14일부터 오는 30일까지라고 했다. '주간'이라면 일주일이어야 할 텐데, '여행주간'은 그 기간이 '곱빼기'다.

그렇지 않아도 '여행주간'은 넘치고 있다.

정부는 작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두 주일을 '봄 여행주간'으로 정했다. '관광주간'이었던 이름을 '여행주간'으로 바꿔서 국민에게 여행을 좀 다니라고 했다. 여행을 많이 보내기 위해서인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봄 여행주간'은 "범국민적인 여행 분위기'를 조성해 여름철에 집중되는 국내 여행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주간이었다.

'봄 여행주간'을 만들었으니, '가을 여행주간'도 빠질 수 없었다.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라고 했다. 역시 말만 '주간'이지, 두 주일이었다.

그러고도 더 있었다. '한가위 문화·여행주간'이다. 그 '주간'이 9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 동안이었다. 역시 말만 '주간'이지, 1주일을 넘겨 9일 동안 휴가를 즐기라는 '주간'이었다.

정부는 이렇게 봄·가을에 한가위 여행주간까지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국민이 여름 휴가 때 갈 여행을 봄·가을·한가위로 바꿔서 가는 것도 아니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대통령이 여행할 만한 곳을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면 국민은 봄·여름·가을·겨울 여행에, 한가위 여행까지 가야 할 판이다. 분기마다 여행을 다니고, 추석 때 한 번 더 여행이다.

정부가 여행을 압박 또는 장려하는 이유를 모르는 국민은 아마도 드물다. 자주 여행을 다니며 지출을 해야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 그래야 오그라든 경제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은 여행 다니며 쓸 돈이 없다.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을 꾸리는 가구가 전체의 13%다. 작년 3분기 통계청의 통계다. 이런 가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의 14%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게다가 '가계 빚 1300조'다. 국민은 원금은 둘째치고 이자 물기도 바쁜 형편이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달걀과 콩나물마저 껄끄러워지고 있다.

그런 국민에게 여행은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이 며칠 전 내놓은 '우리나라 국민의 관광 선택 및 지출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동안 여행 경험 없는 국민이 26.7%나 되었다. 소득이 낮은 국민은 여행 경험도 당연히 적었다.

정부는 겨울 여행주간에 "우리의 겨울은 뜨겁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뜨거운 겨울일 재간이 없다. 연말 보너스는커녕, '감원' 한파가 닥쳤기 때문이다. 고용을 늘려야 할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해 1분기에 가장 심각한 '고용절벽'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월급을 받지 못한 '체불임금'이 1조 4286억 원에 이르고 있다. '사상 최대'라는 소식이다.

경영이 어려운 조선업체 등에서는 이른바 '고통분담휴가'까지 시행하고 있다. '무급 순환휴직'이다. '고통분담휴가' 중인 월급쟁이에게 겨울 여행주간은 또 다른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눈치가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에 조류 인플루엔자로 어수선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또 여행이다.

연초 겨울철 해외여행 성수기를 맞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위해 길게 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증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김형근 칼럼] 장제원 의원, 다음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인가?[김형근 칼럼] 장제원 의원, 다음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인가?
[청년과미래 칼럼]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청년과미래 칼럼]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