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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칼럼] '영웅'이 그리운 나라
김영인 논설실장

단재 신채호(申采浩·1880∼1936)는 영웅의 출현을 애타게 기다렸다.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기울고 있었다. 난국을 타개할 '구국의 영웅'이 절실했다.

신채호는 이른바 '한일합방'을 앞둔 1908년 '을지문덕'이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영웅'을 절규했다.

"한 나라의 강토는 영웅이 몸을 바쳐 장엄하게 한 것이며, 한 나라의 민족은 영웅이 피를 뿌려 보호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정신은 산과 같이 서 있고 그들의 은택(恩澤)은 바다와 같이 넓다.…"

신채호는 '민족의 영웅'인 을지문덕에 관한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다.

"일본인들은 (몽골의 침략을 물리친 것을) 수백 년 동안 역사에 올려놓고 소설을 지어 전하기도 하고 노래를 지어 불러 영구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 팔로 국토를 세워 정돈하고 한 칼로 백만의 강한 적을 죽여 무찌른 진정한 영웅의 전적도 없애버렸으니…."

신채호는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의 역사책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을 뒤져가며 '을지문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얼마 되지 않는 기록을 찾아내면서 외쳤다.

"다행이도다, 을지문덕이여. 몇 줄의 역사가 남아 있도다. 불행이어라, 을지문덕이여, 어찌 서너 줄의 역사밖에는 남지 않았는가."

신채호는 같은 해에 쓴 '영웅과 세계'라는 글에서 '영웅'을 이렇게 정의했다.

"영웅은 세계를 창조한 신성(神聖)이다. 세계는 영웅이 활동하는 무대다. 만일 상제(上帝)가 세계를 창조한 이래 영웅이 하나도 없었다면, 망망한 산과 들은 새와 짐승이 울부짖는 폐허가 되었을 따름이다. 창창한 바다는 고기들이 출몰하는 장야굴(長夜窟)이 되었을 따름이다.… 영웅이 없고 세계만 있다면 조물주가 눈을 들어 바라봄에 처연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친일단체인 '일진회'는 러일전쟁을 '인종전쟁'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황인종은 동양에서 제일 강한 일본을 맹주로 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이를 추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소위 '한일합방론'을 편 것이다.

신채호는 이를 "술 취한 소리,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결국은 우리도 일본의 침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신채호의 '예리한 안목'은 슬프게도 적중하고 말았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에게 나라를 빼앗겨야 했다.

만약에 신채호가 오늘날 환생한다면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영웅을 기다릴 것이다. 어수선한 나라꼴을 바로잡을 만한 '지도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가 실종되면서 우리는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 미국과도, 중국과도, 일본과도 관계가 수월치 않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과도 다르지 않다. '외교 참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나라 경제는 2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지도자'는 '부재'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준 채 물러나 있는 상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빈자리를 충분하게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간경제연구소는 "위기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진두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을 나라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판은 벌써 '선거 모드'다. "내가 대통령 적임자"라는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 '대세론'에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민생은 곪고 있다.

김영인 논설실장  asiatimes@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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