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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에 노출된 청년들...'싫다고 말해도 괜찮아'[리얼스토리2030]
   
 

[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직장인 L양은 매일 아침 출근시간이 고역이다. 출근 시간대 혼잡한 틈을 타 L양에게 성적 스킨십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수치심에 참고 참았던 L양은 어느날 출근길에 자신을 더듬는 남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피해자가 우리 주변에 많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공개한 통계에 의하면 성적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녀 총 7844명(남 3264명, 여 4580명) 중 여성은 30.2%로 약 3명 중 1명이 수치심을 당했다. 그야말로 높은 '수치'다. 성범죄에 노출된 청년들 이대로 괜찮을까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들, 어디에 하소연 해야하나

성범죄는 형사상 범죄가 성립되는 동시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성희롱 혐의자가 무혐의로 풀려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학생 S양은 지난해 여름 동성친구들과 워터파크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S양과 친구들이 물놀이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누군가가 허벅지를 쓰다듬은 것이다.

“처음에는 실수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행동이 계속 반복돼서 고의로 그런 것이란 걸 깨달았죠. 실수인 척 또 시도를 하기에 바로 주변의 라이프가드에게 말을 해 가해자들을 잡았지만 그들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발뺌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그 사람들 금방 풀려났어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거죠.”

고등학생 Y양도 등굣길 만원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아침엔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작은 스킨십정도는 이해를 했는데 이번엔 누가 대놓고 제 엉덩이를 만졌어요. 뒤를 돌아봤는데 저와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구요. 제가 뒤돌아보고 나서도 계속 터치를 했는데 무서워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어요.“

성범죄는 크게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 세가지로 구분된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전제로 성립되는 성폭행과 성추행은 성희롱과 차이가 있다. 성희롱은 상대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말하며 그 기준이 애매해 논란이 있다. 접촉성 성범죄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만 성희롱의 경우 그럴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상대가 성적으로 수치심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성희롱이 되기 때문이다.

◇도덕성, 인성교육의 결여

지난해 6월 K대학교 남학생들이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발언(성희롱)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있다. 같은 해 S대학교에서도 남학생 8명이 메신저를 통해 같은 과 여학생들에 대해 나눈 성적 발언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다행인 점은 이런 사실을 문제 삼고 알린 내부고발자가 있었다는 것이고,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성희롱이 특정 대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의 전당에서 일어나 더욱 화제였던 이 사건은 인성은 없고 지식만 채운 일부 명문대생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만 잘하면 괜찮다는 식의 교육이 물질만능·학벌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천박한 사회로 만들었다. 제대로된 인성교육을 받았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이 있듯이 학벌로 모든 것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 어디까지가 범죄일까

이런 일이 직장 내에서 이루어질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이 되며 법적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5년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여성 직장인의 성희롱 경험률은 43%라고 한다. 절반 가까이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거다. 그들 중 78.5%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성희롱 행위자가 상급자(39.8%) 또는 남성(88%)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업무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이유로 대처를 안한 경우는 17.7%였다.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형사사건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징계처분을 받거나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도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노골적인 언어성희롱이 증거인 경우가 많지만 그것마저 포착하기 어렵고 주로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범죄로 판단될 정도로 심각하다면 당연히 성희롱에 속해 처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직장 내에서 성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친밀감을 표시한 행동까지 무조건 성희롱으로 봐야할까?‘여자가 그렇게 크면 시집이나 가겠냐’라던지 ‘하체가 튼실하다’고 지칭하는 등의 사례를 놓고 이것도 성희롱이 맞는가 아닌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렇듯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개인의 척도가 다르기 때문에 성희롱의 여부를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애매하다.

◇만약 당신이 성희롱을 당했다면?

이럴 경우엔 어떤 대처를 해야할까.

이은의 변호사는 삼성에 입사했을 당시 상사의 성희롱 문제로 5년을 싸웠고 끝내 삼성을 이겼다.

“내 머리나 목덜미를 만지고 엉덩이를 툭 치고 지나간 상사는 아무 의도가 없었는데, 내가 예민해서 몇 년이나 공들여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어요. 존경하던 직장 선배들이 연애를 하자며 심각한 수위의 스킨십을 시도해오는 것에 경악하고 이후 그들과 만나지 않게 된 내가 예민한 사람인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같은 사람도 확신이 흔들렸을 정도로 성희롱은 미묘한 문제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 상사의 행동으로 인해 심적 변화가 생겼으므로 명백히 범죄가 인정되는 것이다.

한 형사전문변호사는 “성희롱을 당했다면 믿을 만한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인의 진술이 직접적인 증거는 못 되더라도 피해자가 호소를 했다는 점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대방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계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며 통화나 대화 중에 상황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통화 내용이나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필수다. 피해자가 직접 대화에 참여한 녹음은 대화 당사자들 몰래 한 것이라도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되지 않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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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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