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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韓기업 '트럼프 포비아' 덮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한 기자회견은 서로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전투 현장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는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언론사 기자에게는 악담으로 공격하거나 질문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박지민 기자] '트럼프 포비아(phobia·공포증)'가 한국 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 외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수입품들에게 고관세를 물리는 '국경세'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서면서, 멕시코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자동차회사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들도 미국 내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 강요를 더욱 확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트럼프의 기업 친화적 성향을 이용,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럼프의 공언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데다 트럼프가 재임에 실패해 4년만에 트럼프 시대가 종언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충분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의기양양한 트럼프… 관세협박 거세질 듯

AP통신 등 주요 해외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에게는 높은 수준의 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동차 기업들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며 앞으로 몇 주동안 기업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 방침을 일관되게 피력하자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와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잇따라 미국 내 공장 설립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한 수출 규모가 적지 않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장 트럼프의 '진짜 속내'와 그의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기업 총수들의 출국이 제한돼 있어 즉각적인 대응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 협박'이 글로벌 대기업들에게 실제로 먹혀들어가면서 앞으로 이러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가 자국우선주의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의 '엄포'가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불가피하게 미국에서 공장을 더 운영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강표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어, 그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은 중국으로 가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미국 등으로 재수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과 멕시코에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 우리 기업들에도 적잖은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 멕시코·중국 내 한국기업 생산 '비상'

이미 우리 기업들은 잔뜩 근심에 휩싸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산 세탁기의 미국 내 덤핑 판매로 인해 자국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는 판정을 내리며 중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도 각각 52.5%, 32.1%의 반덤핑 관세를 내게 됐다.

관세 부과 시점이 1월 말부터라 아직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며, 이들 업체는 북미 지역에 판매되는 세탁기의 생산지를 우리나라와 다른 지역으로 옮긴 상태다.

현재 이들은 멕시코에 TV, 모니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공장을 두고 무관세로 북미 지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에 대한 폭탄급 국경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들 업체는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세탁기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으로 그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울상이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설립하고 해당 공장에서의 올해 목표 물량을 30만대로 설정했다. 목표 물량 가운데 80% 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었던 기아차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트럼프의 계획과는 무관하게 기존 목표대로 멕시코 공장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 팀장은 "기아차나 현대차가 당초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한국 내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멕시코 생산기지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경우 미국 정부와의 딜을 통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늘릴 가능성도 있지만 인건비 등의 기회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마저도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고 팀장은 "트럼프가 재임에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기껏 지어놓은 신규 공장이 처치곤란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자본 논리로 생각했을 땐 미국 내 공장 설립이 현명한 수는 아니지만 정치적 논리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 트럼프 "제약 산업 미국 내 생산 기대한다"…국내 제약 업체 영향은?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제약 산업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에도 국내 제약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제약 업체들은 미국에 약을 공급하지만 미국에서 약을 만들지는 않고 있다"며 "이들도 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몇몇 제약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에 대한 시동을 걸고 있었던 만큼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비롯해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제약업체들은 긴장 속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약 업체들의 경우 내수 비중의 월등히 높기 때문에 당장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를 미국 시장에 발매했고, 올 상반기에도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해 3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SB2에 대한 FDA승인을 제출하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주용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경우 미국에 진출해있는 제품들이 몇몇 있는데 트럼프의 약값 하락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의 입지를 키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미국 내 제약 시장에서 패널티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현재 미국 내 약값이 우리나라에 비해 6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관세를 20~30% 가량 붙인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성급한 결정은 금물… 오히려 기회될 수도"

트럼프의 적극적인 투자 유도가 오히려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학 연구위원은 "멕시코 제조업체에게 3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식의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트럼프가 관세 협박과 동시에 자국 내 생산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우리 기업들에게도 플러스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경세'는 사실상 세계무역기구(WTO)가 제한하는 간접세의 일종이기 때문에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오히려 수입물가 인상으로 인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어 당장 시행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따라서 트럼프의 기업 투자 확대 방침이 우려하고 있는 '채찍'의 방식 뿐만 아니라 감세 혜택 등을 비롯한 '당근'을 주는 방식으로도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강표 교수는 "중국 내 생산에 대한 매력도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시기를 정해 타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각 산업별로 충격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려하고 있는 것보다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지민 기자  jimin@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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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기자 jimin@asiatime.co.kr

정경부 박지민 기자입니다. 경제단체와 국책은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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