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VIEW 사설
[사설] ‘되는 게 없는 나라’의 위대한 1,000만 촛불
박근혜-최순실 스캔들로 한국의 ‘국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순실의 국정논단으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갔고, SK 최태원 회장은 박 대통령과 특별사면에 대한 거래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불거지면서 앞으로 전개될 후폭풍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경제계의 현실이 안타까웠는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1일 기자들과의 만남자리에서 ‘과거 한국은 안 되는 게 없었는데 요새는 되는 게 없는 나라’라고 꼬집어 얘기했다.

그는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는데 정부의 규제로 기업의 신성장 산업들이 발목이 잡히는 처지에 빠졌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정경유착과 관련해서는 ‘재벌과 기업은 다르다’고 얘기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다수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국민연금이라면서 재벌일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재벌과 대기업을 동일시해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국부파괴 행위라는 궁색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이게 나라냐’하는 자조뿐이다.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보다 국민들을 더 경악케 만든 것은 삐뚤어진 엘리트사회의 단면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관료사회의 야만성이다. 한 국가를 통치한 대통령부터 정부조직의 수장이던 장‧차관은 물론 기업의 오너까지 모두 ‘모르쇠’와 ‘저능아 코스프레’로 일관하는 모습을 텔레비전과 뉴스로 보면서 치솟아 오르는 것은 분노뿐이다.

요즘 상황에서 한 가지 위안을 찾자면 위대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촛불’이다. 누적 참가인원 1,000만 명을 훌쩍 넘긴 촛불집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양심이자 미래를 바꿀 동력이다. 국민 스스로 만들어 낸 이 기적을 온 세계가 지켜봤고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국정농단 초기 해외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을 ‘한국의 라스푸틴’ 혹은 ‘서울의 스벵갈리’라고 칭하면서 두 사람에 의한 국정농단 내용을 세세하게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1월 2일자에서 이번 스캔들이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은 물론 아시아지역의 안보까지 뒤흔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최순실을 제정 러시아 시절 수도승 라스푸틴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말마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외신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이제까지 해외무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시달렸던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격렬한 시위문화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과거 한국의 시위현장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최루탄과 화염병의 모습들이 해외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경제 외적인 손해를 감내해야 했지만, 이번 촛불시위는 오히려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언론들은 매주 100만 명을 넘나드는 시민들이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단 한 건의 폭력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 하고 있다.

NYT는 ‘한국의 시위가 축제처럼 변했다’고 전달했고 AP통신은 ‘놀라운 변신, 평화가 한국 시위의 특징이 되다’라고 타전했다. FT는 지난 4일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개혁이 이뤄진다는 데에 돈을 걸었다면서,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의 저평가된 주가, 탄탄한 경제기반, 실적개선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지금은 대통령과 삼성 같은 재벌기업들이 연루된 부패스캔들로 혼란스럽지만 이번 사건이 경제개혁을 단행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벌개혁의 동력을 만들어내고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을 통해 투명한 경제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국격’ 훼손 사태를 끝맺음하는 일은 ‘개혁’뿐이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아시아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증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사설] 숙의민주주의 명분 공론조사 남발 막을 ‘룰’을 만들자[사설] 숙의민주주의 명분 공론조사 남발 막을 ‘룰’을 만들자
[청년과미래 칼럼] No! 노키즈존[청년과미래 칼럼] No! 노키즈존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