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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언어로 ‘진심’ 전하는 쌍둥이 창업자
보이지 않는 언어로 ‘진심’ 전하는 쌍둥이 창업자
  • 이주희 기자
  • 승인 2017.02.13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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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2030] 점자 새긴 가죽 제품 브랜드 ‘도트윈’ 박재형·박재성 대표 인터뷰
▲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소셜스탠드에 입주한 박재형·박재성(24) 도트윈 대표를 만났다. 둘은 쌍둥이 형제로 얼굴만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왼쪽이 동생 박재성 대표(사진=도트윈)

[아시아타임즈=이주희 기자] “디자인이 가진 사회적 책임에서 출발했어요. 디자인 분야에서 ‘누군가 소외되지 않나’ 생각했죠. 마침 시각장애인이 이슈였는데, 그 쪽에 관심이 갔어요. 점자를 시각장애인의 언어가 아니라 디자인으로 먼저 다가갔어요. 심미적이었어요. 안무 같기도 하고 매력적인 소재로 느껴졌어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소셜스탠드 입주 스타트업 ‘도트윈’을 창업한 박재형·박재성(24) 대표를 만났다. 닮은 얼굴의 두 사람이 나타나 혼란스러웠다. 쌍둥이 형제인 둘은 얼굴만큼 성향도 닮았다.

도트윈은 가죽 제품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점자로 새겨 팔고 있다.

“점자는 촉감언어라 만지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그 촉감을 전달할 소재가 중요하죠. 처음엔 플라스틱이나 종이에 시도를 했어요. 결과적으로 가죽이 감성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판단했죠.”

가죽을 선택한 것에 부모님의 영향도 없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부모님이 부산에서 가죽공방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반대하셨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갔는데, 왜 이 힘든 걸 하겠냐면서요. 근데 지금은 응원해주세요.”

점자 가죽 제품 제작 과정은 크게 사전제작과 후반작업으로 나뉜다.

“제품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점자 각인 전까지가 사전제작이에요. 후반작업은 점자 새기고, 염색 등 포장까지 하는 거죠. 사전제작은 부모님께서 맡고 후반작업은 우리 작업실에서 하고 있어요.”

도트윈은 가죽제품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점자로 새긴 브랜드다(사진=도트윈)

도트윈은 언더스탠드에비뉴 1기로 선정됐다. 지난해 8월까지 오픈스탠드에 있다가 그 해 9월 소셜스탠드로 옮겼다. 소셜스탠드는 가치 있는 제품, 의미 있는 소비를 제안하는 편집매장이다. 공정무역, 친환경, 자연보호 등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과 청년벤처·예술가들이 만들어 나가는 소셜스탠드엔 올봄 새 입주자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지금까지 오픈스탠드에서 소셜스탠드로 옮긴 사례는 도트윈뿐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거둔 성과였다.

“우리 제품이 선물하기 좋아요. 그래서 기념일이 많은 3~5월에 주문이 많이 몰렸어요. 덕분에 매출이 많이 늘었고, 소셜스탠드에도 입주하게 됐어요.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데, 유렵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죠. 특히 영국에서 독창적으로 보고 있어요.”

도트윈이 제작한 제품들 (사진=도트윈)

형인 박재형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동생 박재성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박재형 대표는 시각디자인도 공부했다. 점자와 디자인을 수월하게 접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점자는 개인적으로 배웠어요. 복지관에서 시기별로 비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이 있어요. 점자도 음악이나 외국어처럼 단계가 있는데 좀 어려워요(웃음). 저도 일을 하다보면 잊어버리는 게 있어서 계속 배우고 있어요.”

점자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예를 들어 ‘별’이라는 단어를 점자로 풀이하면 일반적으로 비읍(ㅂ)·여(ㅕ)·리을(ㄹ)로 나뉠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읍(ㅂ)과 열(ᅟᅧᆯ)로 나뉜다. 이처럼 점자는 독자적 방식이 있고 복잡하다. 그 까다로움이 점자가 가진 소중함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점자에 관한 규정은 매년 바뀐다고 한다. 새로 추가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점자는 없애는 식이다. 매년 점자 규정에 대한 간담회를 거쳐 결정되는 편이다.

점자를 새긴 도트윈 제품에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바로 ‘진심확인증’이다. 받은 사람이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진심확인증은 점자해석표와 함께 들어있다.

“받은 사람은 먼저 점자해석표로 점자를 해석해요. 그 후에 진심확인증으로 그 말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거죠. 이를테면 정답확인 같은 건데 항상 보관하길 바라는 마음에 명함 크기로 만들었어요.”

언더스탠드에비뉴 근처에 도트윈 작업실이 있다. 두 대표는 처음 5평에서 시작해 8평, 현재 30여 평의 작업실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중한 경험이라고 여기고 있다. 작업실은 동생 박재성 대표가 직접 설계한 의미 있는 공간이다. (사진=이주희 기자)

둘은 지난해 도트윈의 정체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 힘을 쏟았다. 올해는 시각장애인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뭔지 궁금했다.

“첫째, 시각장애인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는 취지의 블라인드 캐스트예요. 카드뉴스 형태로 도트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나 홈페이지를 활용해 복지관에 올라오는 뉴스들을 일반인도 접할 수 있게 전달할 거예요. 인쇄물로도 만들어 제품과 같이 드릴 거구요. 둘째는 비시각과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지난해 SK그룹의 자원봉사단 써니(Sunny)에서 8주 동안 시각장애 어린이와 일반 어린이들이 함께 노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도트윈도 참여했다. 당시엔 SK행복나눔재단이 지원했다. 이미 틀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트윈에서 지원하는 방식도 생각 중이다. 협업을 통해 부활시킨다는 것이다.

“처음엔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싫어했어요. 나는 안 보이는데 다른 애들은 보이니까요. 근데 같이 놀고 난 뒤에는 달라졌어요. 자유롭게 놀았다는 반응이었죠.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어머니들도 사회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여기를 했고요.”

도트윈은‘보이지 않는 언어를 전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며 가죽에 점자를 새김으로서 ‘또 다른 언어로 재해석하자’는 의미가 함께 담겨있다. 박재형 대표(사진=도트윈)

현재 대학생인 둘은 누구보다 빨리 창업에 나섰다. 스물두 살이던 2015년 3월 도트윈을 창업해, 지난해 1월에 법인 등록을 마쳤다.

“고등학생 때인 2011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 나가서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받았어요. 가죽에 새긴 점자디자인 같은 건데 도트윈을 통해 좀 성장시켰다고 볼 수 있어요. 도트윈이란 이름은 애초 도트(점)와 트윈스(쌍둥이)를 합쳐 만들었죠. 하지만 심심하고 주변에서 뭐 그리 단순하냐고 해서(웃음) 도트와 비트윈(관계·사이)으로 바꿨어요. ‘점으로 만드는 관계’란 뜻을 담아 다시 탄생한 셈이죠.”

둘은 지난해 12월부터 도트윈을 재정비하고 있다. 함께 일하던 이들과 헤어진 탓이다.

“지난해에 팀이 깨졌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공동창업자 세 명이 시작했는데 겨울쯤에 가고자하는 방향이 달라서 헤어지게 됐어요. 인턴까지 6명이 일했는데 지금은 둘뿐이죠. 우리는 안 깨지고 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니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의견이 달랐던 거지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니에요.”

사람을 꾸리고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다는 두 사람은 이 부분에 좀 서툴렀다며, 아직 소통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두 달여 정체기가 지나니 다시 준비할 힘이 생겼다. 준비는 거의 끝났다. 이 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하나씩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청년창업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잘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첫 투자 제안도 받았는데, 달가웠지만 결국 거절했어요. 돈이 없어서 주변사람들한테 찾아가기도 했는데, 우리가 스스로 경험하고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언더스탠드에비뉴 근처에 별도 작업실이 있다. 둘은 5평에서 시작해 8평으로 늘리고, 현재 30여평이 되기까지 과정을 소중한 경험이라고 여긴다. 작업실은 동생 박재성 대표가 직접 설계한 의미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까이 있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어요. 자인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아요. 우리는 디자인 역량이 있었고, 부모님께서 가죽공방을 운영하신 덕분에 초기 자본이 비교적 적게 들었죠. 청년인 만큼 큰 무리 없이 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

둘은 이슈를 사업과 연결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그 사람이 가진 생각, 역량들이 많이 드러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시작해야죠. 역량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요.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알아서 찾아야 해요.”

가죽에 새기는 메시지는 주문도 받지만, 앞으론 계절별로 10~20개 한정해 선보이려 한다.

“사람들이 메시지를 주문할 때 시간이 많이 걸려요. 또 결국 선택하는 건 보편적이고 평범한 문구들이에요. ‘수고했어 오늘도’, ‘오늘도 행복하세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같은 거죠(웃음).”

점자는 보이지 않는 언어다. 둘은 ‘보이지 않는 언어를 전하자’는 마음으로 도트윈을 시작했다. 가죽에 점자를 새김으로써 ‘또 다른 언어로 재해석하자’는 의미도 함께 담아냈다.

둘은 ‘진심’을 강조했다. 형, 동생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둘의 관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쌍둥이 형제이자 공동창업자로서 진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도트윈이 둘의 진심을 전하는 통로 구실을 잘 하리라 기대해본다.


juhe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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