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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기능' 외 아무것도 없는 서울시 민방공 대피소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일반적으로 국민이 생각하는 대피소는 식수나 응급용품 등 기본적인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이곳은 그냥 소낙비만 피하는 정도예요. 유사시 장시간 대피할 수 있는 곳은 절대로 아닙니다. 국민 안전처는 대피소 지정만 해놓고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고 있어요" (서울 중구 민방위 대피소 건물 관리인)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에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줄 민방위 대피소가 대부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 기준 민방위 대피소는 3321개로, 이는 최대 2907만 90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건물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대피소와 같은 공공용시설 대피시설인 관계로 몸을 숨기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서울시 민방위관리팀 관계자는 “현재 대피시설은 재래식 포탄과 같은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마련된 대비시설이라서 일시적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기능만 한다”면서 “화생방 공격에 대한 것은 별도로 대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피시설 지정이나 관리에 대한 지침은 국민안전처가 맡고 있는데 대피소에 관한 물품배치라 던지 시설 관리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피소만 지원된다”면서 “후방지역은 공공용 대피시설이어서 따로 예산이나 규정이 따로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피소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보니 서울시의 대피소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피소를 알리는 표지판은 건물 뒤편이나 시민들이 보이지 않는 장소에 부착되어 있는 곳이 태반이었다.

 

서울시 중구 시청 인근에 위치한 국민안전처가 지정한 한 빌딩의 민방위 대피소 (사진=김영봉 기자)

◇ 건물관리인도 모르는 대피소

일반적으로 지하철 내부는 대피소라고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건물 등에 지정된 민방위 대피소는 표지판이 가려있거나 건물 뒤편에 있어 대피소 위치를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실제로 기자가 국민안전처에서 만든 ‘안전디딤돌’로 대피소를 검색해 가까운 대피소를 찾아가 보았는데 건물 앞에는 지하철 대피소표지판과는 달리 ‘대피소’라는 간판이 건물 정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국민안전처가 지정한 민방위 대피소의 경우에도 건물 안내원이나 관리인도 자신이 일하는 건물이 대피소 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시청 인근에 위치한 한 빌딩은 국민안전처가 지정한 민방위 건물이지만 건물 관리인은 아예 자신의 건물이 대피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건물 안내원은 “여기에는 대피소 같은 곳이 없다”면서 “잘 못 알고 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해당 건물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건물 뒤편에 이 건물의 지하 주차장이 대피소임을 알려주는 작은 표지판이 있었다. 기자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대피소를 확인했지만 일반 주차장일 뿐 대피소라고 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서울시 중구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대한항공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대피소를 알리는 표지판은 나무에 가려 있었고 반대편에 있던 표지판은 너무 아래쪽에 부착되어 있어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한항공 건물 관계자는 “민간 건물의 표지판은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대피소 안내판을 잘 보이게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게 아니다”면서 “국민안전처가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하지 않으니 우리도 따로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도 최근에서야 이 건물이 대피소인줄 알게 됐다"면서 "이 주변에 일본회사가 많은데 얼마 전 전쟁 위기설이 나오면서 한 일본회사 직원이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간 건물에 표지판을 보일 수 있도록 부착하고 있지만 민간건물이다 보니 빨간 표지판을 붙이는 것을 꺼려하는 측면이 있다. 따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중구 시청역 10번출구 부근 대한항공 건물 지하주차장 민방위 대피소 (사진=김영봉 기자)

◇ 필수품 하나 없는 대피소

기자가 서울 중구 일대의 대피소를 점검하면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대피소에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앞에서 만난 김정수씨(가명·54·남)는 "대피소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목적이 큰 만큼 물과 식료품 등 생활필수 품목이 구비되어 있어야 된다"며 "특히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투하했을 때를 대비해 방독면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청 인근 대피소 건물 앞에서 만난 시민도 "전쟁이나 재난상황을 대비해 대피소에는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하철 이외에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의 생각은 너무나 달랐다.

국민안전처 비상대비정책국 민방위과 관계자는 "지정되어 있는 민방위 대피시설은 포격이 있을 때 파편과 같은 적의 공격을 일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임시 대피소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체류하거나 잠을 자면서 피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용 대피소 시설은 따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지정해서 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예산은 들어가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대피시설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저희의 목적은 포격방호다. 공습이나 어떤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대 일시적으로 피하는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적의 화학공격에 대비해 대피소는 어떤 역할을 하냐는 질문에 "화생방 시설을 하려면 예산이 많이 든다. 현재 군대도 화생방 시설을 다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5000만명의 인구를 다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민방위 대피소는 1만 8871개소로 수용가능 한 인원은 8300만여명에 이른다고 국민안전처는 설명했다.

그러나 1인당 대피소 면적은 0.825㎡(평당 0.25평)로 1평당 4명이 들어가는 기준으로 대피소 면적의 기준이 너무 협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봉 기자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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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기자 kyb@asiatime.co.kr

김영봉 경제부 기자입니다. 기자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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