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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알뜰… 대학가의 '중고 문화'
   
 

[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한 김 모(여·20)씨는 너무 비싼 생활비에 고민이 깊다. 자취를 하는 김씨는 월세와 식비로 7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이를 제하고 나면 학교생활을 하기에 너무 빠듯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더 이상의 부담을 드리기 싫었던 김 씨는 '중고 매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중고' 열풍이 거세다. 전공서적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교통비, 식비, 핸드폰 요금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값 싼 '중고'가 지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굳이 새 것이 아니더라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고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청년들의 중고에 대한 인식변화도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

김 씨는 "주위에 나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이 많아 중고제품을 구입해 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나 부끄러움 등이 없어진 것 같다"며 "중고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새 것과 다름없는 물건이 대부분이고 돈도 많이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커뮤니티에서도 중고물건 거래가 활발하다.

신촌에 위치한 한 대학교 홈페이지의 중고거래 커뮤니티(세연넷)에는 전공서적부터 월세방, 의류, 각종 공연 티켓까지 다양한 종류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중고서점 내부의 모습 (사진=이수영 기자)

◇ 대학생들 업고 성장하는 중고서점

대학생인 이 모(27·남)씨는 전공서적이 너무 비싸 중고서점에서 구입하거나 제본을 이용한다.

이 씨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가격이 너무 부담된다"며 "시행 전에도 책 값이 너무 비쌌는데, 할인조차 거의 되지 않으니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전공 교재는 지난 2014년 실시된 도서정가제로 인해 할인율에 제한을 받는다. 대학 내 위치한 서점에서 전공 서적은 할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할인이 있어도 미미한 수준이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오히려 전보다 교재비가 올라간 셈이다.

전공 서적의 경우 한 권에 3만원 안팎이고 외국어 원서나 미술 관련 서적은 5만원 이상이 허다하다. 만약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책 값이 허리가 휠 지경이다.

결국 일부 대학생들은 '제본'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공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씨는 "대학 전공 책 값만이라도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적어도 청년들에게 희망은 있어야하지 않냐"고 호소했다.


책값이 부담스러운 대학생들 덕에 중고서점에는 때아닌 신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가 운영하거나 총학생회가 주최해 전공교재 플리마켓 장소를 마련하는 대학도 있지만, 이 같은 기회가 없거나 필요한 책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중고서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알라딘중고서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2849억원으로, 지난 2015년(2394억원)보다 19%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서울 종로에 1호점을 연 알라딘은 이후 6년 동안 34개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냈으며, 지난해엔 9개 지점을 개점하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 직원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 매출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대학생 및 젊은 청년층 고객이 가장 많아 과거에 비해 전공 서적의 매물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중고열풍? 강요된 알뜰!"

그러나 중고열풍이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너무 비싼 등록금과 전공서적 그리고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비하면 대학생들의 수입은 알바 외에는 딱히 없다. 게다가 반드시 필요한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새 물건을 사기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 3월 대학생 496명을 대상으로 '생활비(용돈)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취 중인 대학생의 평균 생활비는 73만원이다. 중형자 한 대 값이 들어가는 대학 학비까지 고려하면 대학생들은 스스로 '죄인'이 된다.

김 씨는 "수입도 없는 학생이 그런 큰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냐"면서 "사회가 대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부모님 '등골브레이커'로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모(20·여)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졸업하자마자 학자금대출 부터 갚을 생각을 하면 왠만한 지출은 엄두도 못낸다. 그는 휴대전화 요금도 부담돼 할 말만 하고 짧게 끊는 습관도 생겼다고 한다.

정 씨는 "인생 중 다시 오지않을 청춘이 시작부터 빚으로 가득차 암울하다"며 "캠퍼스연애도 사치다. 연애를 하려면 졸업 후 취직해 안정을 찾은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도 쉽지 않다. 일자리가 적은 것은 둘째치고, 적당한 생활을 위해서는 여러개의 알바를 해야 하는데 그럼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알바를 해볼까 했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일하는 선배들을 보니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며 "비싼 등록금 내고 알바만 하다가 학점을 못 받을 바에 차라리 굶어서라도 돈을 절약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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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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