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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금연단속… '너구리굴'된 지하철역 출입구
14일 홍대입구역 뒷편인 금연구역에서 지인들을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자들.

[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서울시가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인근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전히 '너구리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간접흡연 피해 방지 조례'를 시행하고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4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9월1일부터 출입구 10m 이내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단속을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조례 시행 이후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의 흡연자가 86.1% 감소했다"며 "특히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시간당 흡연자가 221명에 달하던 삼성역 4번 출입구 경우 시간당 4명까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의 반짝 단속 이후 역 출입구 근처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은 다시 일상화가 되어 버렸다.

반짝 단속 이후에는 상시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고, 거기에 단속 시기까지 미리 알려주는 바람에 '단속효과'가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직장인 정민지(23·여)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홍대입구역 밖을 나왔다가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에 질색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역 근처에서 담배를 피면 단속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단속하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며 "시가 단속을 하려면 좀 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홍대입구역 앞에 표시선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을 낸다는 경고가 있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진=이수영 기자)

실제로 14일 기자가 홍대입구역 출입구에서 두어 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입구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의 수는 시간당 89명에 달했다. 홍대입구역에는 흡연부스가 없어 역 출입구를 나오자마자 담배를 무는 흡연자가 특히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바닥에 그대로 버렸고, 이 때문에 역 출입구 인근은 쓰레기장은 연상케 했다.

역 인근을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이 한 시간 동안 세 차례나 오가며 흡연자들이 머물다간 자리를 치웠지만 이를 모두 치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일 정도였다.

환경미화원 A씨는 "평일엔 역 내만 청소하지만 주말엔 유동인구가 몇 배로 많아져 외부 청소도 신경쓰고 있다"며 "주말엔 청소하고 뒤돌자마자 또 담배꽁초가 가득 쌓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14일 홍대입구역 뒷편에서 흡연자들이 머물다간 장소에 남겨진 쓰레기. 담당 환경미화원이 한시간동안 세 차례나 치웠으나 계속 쌓였다. (사진=이수영 기자)

흡연부스가 설치된 서울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역 광장에 위치한 흡연부스는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보다 부스 앞에서 흡연하는 사람 수가 훨씬 많았다. 흡연부스 내부 관리도 제대로 안돼 쓰레기통에는 담배꽁초와 빈 담뱃갑, 침, 쓰레기 등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 김 모(32·남)씨는 "흡연부스를 이용하려 해도 바닥에 가래와 침, 담뱃재 등으로 지저분해 이용하기가 꺼림칙하다"면서 "관리가 미흡해 부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흡연부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 모(28·남)씨는 "흡연부스 문이 항상 열려있어 안에서 피워도 연기가 밖으로 다 나간다"며 "밖에서 피우나 안에서 피우나 큰 차이가 없어 흡연부스는 담배꽁초 버리는 곳이 돼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흡연부스 밖에서 뿜어대는 담배 연기에 맞은편에 위치한 음식점은 죽을 맛이었다.

해당 음식점 직원은 "바로 앞에 흡연부스가 있기 때문에 항상 문을 닫아놓고 있어야 한다"며 "고객 항의는 없지만 환기가 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에 위치한 흡연부스. 담배꽁초와 가래,침, 담뱃갑 등으로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

이에 대해 서울역 관계자는 "흡연부스는 외부업체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우리 쪽에선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 "종종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긴 하지만 관할구역 밖이라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는 15일부터 19일까지 지하철역 인근 흡연에 대해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지하철 출입구 주변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 1주년을 맞아 실시되는 특별단속으로, 지하철 출입구 뒷면 등 사각지대를 집중단속한다. 금연 구역 내 흡연이 적발되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개의치 않고 있다. 어차피 단속기간이 지나면 또다시 단속이 흐지부지 해지기 때문에 잠깐만 참으면 된다는 것이다.

피해는 간접흡연을 질색하는 비흡연자들의 몫이다.

직장인 이 모(39·남)씨는 "출근길에 지하철역을 나오면서 맡는 담배연기는 비흡연자로서 매우 끔찍하다"며 "단속이 쉽지 않다면 역 출입구 인근에 흡연부스를 설치해서라도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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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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