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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정부의 점진적 증세방안이 중요한 이유
세금은 국민에게 양면성으로 다가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일들에 대해 상황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내는 세금은 줄이고 싶다. 정부가 펼치는 많은 정책에 대해 실질적 혜택을 바라지만 그 비용의 부분을 분담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다. 항간에 ‘절세’라는 표현보다 ‘세테크’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지난 정권에서 주창한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 모순이다. 복지정책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그 재원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꼼수다. 오죽하면 당시 새누리당의 중심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소신발언을 했을까.

문재인 정부가 올해 마련할 세법개정안에 증세방안을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록 점진적이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빠르면 올해부터 시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관가에서는 증세를 하더라도 세금부담 증가가 일부 계층에 국한되고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증세’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였던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태도다. 국민들에게 민감한 부분이지만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전 정부에서 마련된 내년 예산편성안 지침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기간에 이미 대통령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세법개정을 통해 앞으로 5년간 31조5,0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통령 공약사업 이행을 위해 세수 자연증가분, 재정개혁, 세입개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래도 모자라면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새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증세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의 세수 중 비중이 큰 소득세와 법인세는 올해 법을 개정하더라도 내년에나 시행이 가능하고, 내후년에야 개정된 법에 따라 세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정도 올해 법 개정 작업이 완료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증세분석 작업이 이미 대선전부터 하고 있었다며 올해 세법개정안에 증세내용이 들어갈지는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여소야대 구조도 세법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법인세 등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내에서도 협의 자체에 걸림돌이 많다. 특히 소득세의 조세저항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최근에 인상됐는데 다시 최고세율 구간을 확대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면 강한 반발에 부딪칠 수도 있다. 근로자 중 46.8%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으며 전문직이나 자영업자의 탈루율이 아직도 높은 것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변수다.

특히 세금은 기업이나 국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법인세율 환원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도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이어오면서 지난 10여년에 걸쳐 법인세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 흐름과 다를 수 있고 불안정한 경제의 회복논리에 따라 저항에 부딪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증세는 머리에서 이해하고 가슴에서 반대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야기하기도 하는 일이다.

새 정부는 앞으로 5년의 국정운영을 위해 첫걸음을 떼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작전이나 최우선 공약 과제로 일자리 창출에 강력 드라이브를 거는 행보는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안정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원 마련이 급선무다. 가장 민감한 세금을 더 걷더라도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 헛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점진적 증세에 힘을 보태야 할 큰 이유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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