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사회문화 정책2030
청년창업 돕는 '캠퍼스타운'…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 가까운 미래인 2020년. 청년 스타트업을 꿈꾸는 고려대학생 A씨는 학교 주변에 위치한 공공임대주택인 도전숙(주거와 창업장소의 결합,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에서 나와 청년문화거리를 들러 푸드트럭존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강의실로 향한다. 그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와 파이빌 스튜디오에 모여 새로운 사업아이템에 대해 의논한다. 그들은 회의에서 나온 아이템의 샘플을 제작해보기 위해 하교 후 아차공간(아버지 차고와 같은 공간, 작업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시가 청년들이 대학시절부터 창업의 꿈을 키우고, 대학가 골목에서부터 창업의 꿈이 시작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인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캠퍼스타운은 술집이나 카페 등 유흥가가 밀집한 대학가를 '창조가'로 바꿔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고 대학생들에겐 더 좋은 환경에서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사업이다.

시는 고려대학교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서울 시내 52개 대학을 캠퍼스타운으로 만들 계획이다.

15일 유리벽으로 시공돼 개방적인 파이빌. 강렬한 색의 선택으로 청년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사진=이수영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시 1호 캠퍼스타운으로 선정된 고려대는 안암역 근처에 컨테이너 건물로 지어진 '파이빌(π-Ville)'을 조성했다. 파이빌은 창업과 문화예술.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을 무상 지원하는 창업·창의 공간이다.

파이빌은 창의적인 활동에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을 가진 대학생이면 누구나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2개월동안의 활동계획을 담아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입주팀이 정해진다.

입주팀은 최장 4개월까지 무상으로 창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고려대 교수와 다양한 분야의 선배 창업자, 기업가들에게 멘토링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초기 창업자들이 어려워하는 투자나 특허, 회계, 법 등의 분야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이빌 입주자인 고대생 허정화(23·여)씨는 파이빌을 '만남과 소통의 장'이라고 정의했다.

허 씨는 "창업을 준비하며 동시에 친목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이빌에 입주한 학생들끼리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라며 "한 달에 한번씩 각 호의 입주자 대표끼리 모여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제휴를 맺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한번 열리는 반상회에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민원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을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15일 고려대 창작.창업건물 파이빌의 뒷편 (사진=이수영 기자)

파이빌에선 창업과 관련이 없는 학생들도 파이빌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무동력기 만들기, 상상화 그리기, 스노우볼 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매주 열리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모퉁이 영화관'에서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1층엔 작은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입주자가 아니더라도 신청서를 제출하면 시간.일 단위로 랩실을 빌려 사용할 수 있어 강의가 없는 시간에 모임장소로 찾는 학생들도 있었다.

파이빌 관계자는 "공간 배정은 창업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보이기 위한 실적을 위해 입주 학생들에게 뛰어난 결과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기존의 획일화된 취업준비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길 바란다"며 "파이빌을 통해 스펙 외의 시도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대 파이빌 내 위치한 랩실(스튜디오) 중 하나. (사진=이수영 기자)

◇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캠퍼스타운'

고려대가 캠퍼스타운의 첫 사례인 만큼 외부의 관심이 뜨겁지만 학교 내부 분위기는 뜨뜨미지근하다.

기자가 15일 고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 파이빌에 대해 물어보니 10명 중 4명은 존재만 알고 어떤 목적으로 조성됐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모(22·여)씨는 "홍보가 부족해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 지어놓고 건설비보다 낮은 비용이 들어갈 홍보에는 왜 신경쓰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는 오는 2020년까지 고려대를 내세워 청년창업의 메카인 캠퍼스타운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목표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캠퍼스타운 조성에 투입되는 100억원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부지 매입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고대 인근 공인중개사 주모 씨는 "안암동이 캠퍼스타운 조성 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이곳의 땅 값은 1년 새 평당 1000만원이나 올랐다"며 "인근 주민들은 실제 캠퍼스타운 사업의 취지보다는 일반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지역용도가 바뀌게 되면 지금보다 땅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는 개운산에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설립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도 있다.

고대 캠퍼스타운에는 △공공하숙촌의 조성 △창업공간(파이빌 등)의 조성 △청년창업의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또 다시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대 외에 서울 시내 13개 대학도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모를 거쳐 선정된 13개 대학의 캠퍼스타운 세부계획안을 확정하고 이달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이들 대학에는 올해 총 36억원(대학별 1~4억원)이 들어가며 대학별로 최대 3년간 6억에서 최대 30억원까지 지원된다.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대학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해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과 지역이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어 양측 타협점부터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캠퍼스타운 관계자는 "고려대 사례처럼 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하면 본래의 청년 지원 취지가 사라질 수 도 있다"며 "두 마리 토끼가 잡기 어려운 만큼 서울시는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 지난 사례들을 좀 더 세밀히 분석해 보완하는데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정경부 이수영 기자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이수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