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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축객령’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5.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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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에는 여러 나라 출신이 모여들어 일자리를 얻고 있었다.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나라 출신 정국(鄭國)이라는 사람의 ‘간첩사건’이 터졌다. 진나라의 국력을 소모시키기 위해서 운하를 건설하도록 한 사건이었다.

진나라 임금 정(政)은 사건이 불거지자,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외국인’을 해고한다고 선언했다. ‘축객령(逐客令)’이었다.

당연히 이사도 보따리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이사는 이런저런 궁리 끝에 성벽에 ‘대자보’를 써서 붙였다. 이른바 ‘간축객서(諫逐客書)’다. ‘축객령’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글이었다.

“태산은 보잘것없는 한 줌의 흙이라도 사양하지 않습니다(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그래서 높습니다. 강과 바다는 하찮은 개천도 거부하지 않아서 깊은 것입니다(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나라의 임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주와 보물, 음악과 단청, 미녀와 말(馬) 등 많은 것이 진나라 밖에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도 물건만 아끼고 사람을 쫓아낸다면 진나라는 여자와 음악, 보물만 중시하고 사람을 경시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대자보’였다. 정 임금은 ‘축객령’을 철회하고 이사를 불러 높은 자리를 내줬다. 이사는 글재간 하나로 임금의 생각을 고치도록 했을 뿐 아니라 출세의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구표(안)’을 만들면서 전경련과, 경영자총협회에 ‘축객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있었다. ‘유관기관 명단’에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기보, 신보, 농협,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은행, 기업은행,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등을 두루 포함시키면서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과 경영자총협회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길들이기’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두 경제단체를 빼면 일자리는 그만큼 덜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명단에서 배제된 상황에서는 일자리 늘리기 노력을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

이사의 ‘간축객서’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진나라가 사람을 쫓아내면 그들은 진나라의 적국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진나라는 충성스러운 사람을 얻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적국을 이롭게 만들게 됩니다. 이는 군대를 다른 나라에 주는 것이고 양식을 적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왕따’를 당하면 아마도 속이 편할 재간이 없을 것이다. ‘간축객서’처럼, 적을 이롭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내 편’을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때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며 전경련 해체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었다. 전경련은 욕을 먹을 만했다.

그렇더라도, 정 임금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간축객서’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그런 결과, 훗날 ‘진시황’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채근담’은 “모든 ‘선과 악’, ‘현과 우’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一切善惡賢愚 要包容得)”고 했다. 착하고, 악하고, 현명하고, 어리석은 것 모두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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