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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쥐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5.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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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교활한 쥐’가 국가의 창고에서 곡식을 갉아먹었다. 그러다가 창고 귀신에게 발각되었다. 쥐는 끌려가서 법정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쥐는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자기는 죄가 없다고 우겼다. 그러면서 다른 동물에게 덮어씌웠다. 다른 동물이 훔쳐 먹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쥐가 죄를 덮어씌운 동물은 ‘엄청’ 많았다. 고양이·개·족제비·두더지·여우·코끼리·기린·사자·용 등 자그마치 80여 마리에 달했다. 창고 귀신은 이들을 차례대로 소환,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당한 동물들은 당연히 억울하다며 죄를 부정했다. 그 바람에 재판은 엿가락처럼 길어졌다. 지루한 재판이 진행되었다.

오랫동안에 걸쳐 80여 마리를 모두 조사한 결과, 마침내 쥐의 잘못으로 밝혀졌다. 창고 귀신은 노발대발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런데도 오리발부터 내밀었으니 ‘괘씸죄’까지 추가되었다. ‘사형선고’였다.

쥐가 한마디만 더 하겠다고 요청했다. 이를테면 ‘최후진술’이었다.

“세상만물은 모두 천제(天帝)가 만든 것입니다. 창고에 있는 곡식 역시 천제가 만든 것입니다. 나는 천제가 뭇 동물을 위해 만들어준 곡식을 먹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아무 죄도 없습니다.”

쥐는 마지막까지 오리발이었다. 창고 귀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제가 경황이 없다보니 너처럼 사악한 짐승을 만든 것 같구나. 그 때문에 네가 세상에 폐를 끼치게 되었으니, 천제 또한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쥐는 ‘혹시나’ 했다. 천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으니, 요행히 풀려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창고 귀신의 이어지는 말은 절망적이었다.

“그렇다고 천제까지 끌어들여 자기 죄를 벗어나려는 것은 더욱 용서할 수 없다.”

39세의 한창 나이에 요절한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가 쓴 ‘서옥설(鼠獄說)’이라는 글이다. ‘쥐 재판’이라는 뜻이다.

임제는 이렇게 당시 행세하는 사람을 풍자하고 있었다. 잘못한 사람이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잘못한 사람에게 끌려 다니는 한심한 재판방식도 꼬집고 있었다.

그래서, 임제는 글을 끝내면서 한마디 붙였다.

“이처럼 교활하고 흉악한 성질을 가진 자가 어찌 창고를 좀먹는 쥐뿐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기르던 고양이 ‘찡찡이’가 청와대에 ‘입주’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퍼스트 캣(first cat)'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올린 글에 따르면, 찡찡이는 “양산 집에서 때때로 새를 잡아와 기겁하게 했다”는 날쌘 고양이다. 그러니까, ‘사냥 솜씨’가 간단치 않은 고양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잡을 정도니, 땅바닥에 붙어 있는 쥐 따위는 쉽사리 낚아챌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고양이답게 ‘주특기’를 발휘할 대상은 새보다는 아무래도 쥐다.

찡찡이 때문에 청와대 쥐는 이제 야단났다. 재판에 끌려가게 생겼다. 찡찡이를 본받아 ‘아래’ 있는 고양이도 ‘못된 쥐’를 일망타진 좀 했으면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이 기르던 고양이 '찡찡이'가 14일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이른바 '퍼스트 캣(First Cat)'이 됐다. (사진제공=청와대)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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