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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넋두리] "집 나간 행복을 찾습니다"
   
 

[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청춘은 모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시절이며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2290명에게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절 반 이상인 52.9%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N포세대'라 불린다. 공부와 취업이 너무 어려워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붙여진 별칭이다. 청년들은 행복한 인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에 다니지만 그네들의 행복을 빼앗아가는 것도 '공부와 취업'이다.

◇ "꿈과 현실은 별개"

김소현(가명·27·여)씨는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인들은 '덕업일치'를 이뤄낸 김 씨를 부러운 시선을 바라본다. 그러나 정작 김 씨의 생각은 다르다.

김 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회의감을 느낀다. 연극을 하기 전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너무 다르다"고 토로했다.

연극은 영화처럼 대중적이 아닌 만큼 시장이 많이 죽어 실제로 연극을 보러오는 관객은 매니아층에 한정되어 있다. 특히 그가 출연하고 있는 고전연극 같은 경우엔 객석이 더 썰렁한 편이다.

김 씨는 "운영비가 부족한 상황이라 나라의 지원을 받으려 연극제에 참가하고 있지만, 제외한 대부분의 극단 주머니 사정은 어려운 편이다"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서 살고 있지만 경제적인 압박이 너무 심해 마냥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에 관객들로 가득차있는 모습을 보면 행복할 것 같다"며 "연극인들이 오로지 연극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저축은 꿈… 그냥 '탕진잼'으로 살래요

직장인 박수민(가명·28·여·서울시 관악구)씨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삶의 가치를 향한 '최소한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 씨는 박봉을 받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상경해 자취방부터 구한 열혈녀였다.

그러나 '서울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박 씨는 취업에 성공해 꿈꾸던 멋진 사회인이 되었지만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월급에 너무 힘이 든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모와 독립해 사는 청년들에게 미래를 위해 저축해라라는 말만큼 현실감 없는 조언이 없다"며 "월세와 생활비를 제하면 너무나 빠듯한 월급봉투에 저축은 꿈도 못꾼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식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이 되고 난 후에 통장잔고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은행에 남은 돈을 확인해야 식사를 거르는 등의 지출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행복은 '탕진잼'이었다. 탕진잼은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라는 젊은이들의 신조어다.

박 씨는 "너무 아끼기만 하면 힘이 드니까 가끔 '탕진잼'을 하는 것으로 타협해 현실을 버티기로 했다"며 "적은 돈이지만 거기서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팍팍한 삶 속에서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 야근, 또 야근… 챗바퀴같은 나의 삶

게임개발사에서 일하는 최민혁(가명·34·남)씨는 현재 행복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소를 터트렸다.

그는 연장·야간·휴일 초과 근무 수당 없이 연봉에 포함하거나 제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에 묶여 기계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게임 개발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라고 압박한다"며 "야근은 일상이고 주말도 없이 하루에 14시간을 일하지만 월급은 쥐꼬리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 TV에서 한 작가가 청년에게 한 조언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세상은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뛰어나지만 실제 행복한 삶을 살게끔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엔 취약하다. 그래서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한 작가의 말이 너무나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들이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 행복을 위해 사직서를 던지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최준호(26·남)씨는 자신의 인생이 탄탄대로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선배들을 제치고 우수사원으로 뽑혔고, 주변의 지인들도 모두 그를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최 씨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는 게 정상이지만 그럴 경우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주 60시간 근무로,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했다"면서 "정해진 연차는 15일이지만 선배들조차 1년에 3일, 그것도 연휴를 포함해 5일 갔다오는 게 전부라 그마저도 못 냈다"고 토로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행복하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자신보다 앞서간 선배의 모습을 봐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최 씨는 "무조건 '알겠습니다'라는 태도가 아니면 개념없는 직원으로 낙인 찍혀버리는 조직구조가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매일이 곪고 썩어가는 듯한 심정이었다. 불합리하지만 반론을 제기할 수 없으니 혼자 삭혀야만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지금이 오히려 안정적이고 행복하다고 했다.

최 씨는 "아들이 좋은 곳에 취직했다며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시던 아버지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떠올라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 주변에서도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왜 굳이 좋은 직장을 제 발로 나오냐고 한소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쉼없이 달리다가 잠시 멈추기로 한 것 뿐이다. 내 인생은 아직 창창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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