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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조호이산병법’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5.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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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나라 장군 관우(關羽)가 형주(荊州)를 지키고 있었다. 오나라는 형주를 탈환하기 위해 여몽(呂蒙)이라는 장군을 내세웠다.

관우와 여몽의 싸움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여몽의 전략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관우는 세상이 알아주는 ‘삼국지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몽은 ‘꼼수’를 썼다. 자기는 병에 걸려서 건업(建業)으로 돌아가 요양하고, 육손(陸遜)에게 ‘직무대행’을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육손은 ‘젊은 서생’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작전 경험이 없는 평범한 장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관우는 여몽이 없는 틈을 노려 정예부대를 이끌고 북쪽으로 양양(襄陽)과 번성(樊城)을 공격했다. 형주는 부하인 미방 등을 남겨 지키도록 했다.

여몽은 이를 노리고 있었다. 즉시 군사를 출동시켜 형주를 함락했다. 소식을 보고받은 관우는 ‘아뿔싸’했다. 부랴부랴 철수해서 맥성(麥城)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몽은 맥성을 포위했다. 관우는 포위를 뚫고 나오다가 매복에 걸려 사로잡히고 말았다. ‘삼국지의 영웅’이 졸지에 생포되고 만 것이다.

여몽의 ‘조호이산(調虎離山)병법’이었다. ‘호랑이를 속여서 산 바깥으로 끌어내는 병법’이다. 호랑이는 산 밖으로 끌려나오면 무서운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호랑이를 잡으려면 일단 근거지를 떠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여몽은 ‘공명심’ 높은 관우의 심리를 이용했다. 육손에게 ‘직무대행’을 맡겨서 관우를 안심시키면 형주를 떠나 북진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 작전은 제대로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조호이산’은 36계 병법 가운데 15번째 병법이다. “싸움꾼인 용(龍)도 물이 얕은 곳에 나오면 새우에게 조롱을 당하고, 호랑이도 산을 떠나면 강아지에게 혼날 수 있다”고 했다. 여몽은 호랑이를 끌어내듯, 관우를 형주성에서 나오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적을 잡으려면 나에게 유리한 곳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적에게는 불리하고 나에게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은 경제에서 이 작전을 적절하게 써먹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제도나 관행, 기업 환경, 언어까지 다르기 때문에 장사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기업은 자신들의 ‘근거지’이기 때문에 그런 제약 요인이 있을 수 없다. 자기 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13억 내수시장’을 노리고 진출한 중국은 ‘외국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가 적자 누적 때문에 사업을 축소해오다가 결국 철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1500억 원 넘는 적자를 냈다는 소식이다.

롯데마트의 경우는 ‘사드 보복’까지 겹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점포 99개 가운데 87개가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도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지출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제도나 환경 등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른바 ‘사드 피해주’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본지 보도다. 그렇더라도 ‘대박’은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 기업뿐 아니다. 세계적 기업인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는 “중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광저우(廣州)의 가전제품 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도 견디지 못하고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폐막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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