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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벼랑 끝, 삶의 조명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7.05.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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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새벽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혼자 뼈다귀 해장국에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예전엔 아침부터 술 마시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심정을 너무 잘 안다. 낮밤이 바뀐 일터에서 먼지와 악취를 견디고 아침을 맞은 사람이 편안한 잠을 청할 다른 방법이 있을까. 소주병의 3분의 2쯤을 비운 뒤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부도 묻고 신세 한탄도 했다. 마지막 3분의 1은 나를 위한 ‘격려 酒’였다. 오늘도 잘 참았다, 조금만 버티자, 잘해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이렇게 가난한 노동자, 농민, 장애인 등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법과 제도, 정책들이 ‘따뜻한 방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소수 특권층에 의해 만들어진다. 스스로 부자이면서 부자를 친구로 가진 爲政者들이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서럽고 눈물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 '벼랑에 선 사람들'(著者 제정임 단비뉴스취재팀)에서벼랑 끝에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단비뉴스가 2010년 6월 21일 창간한 이후 약 1년 반에 걸쳐 연재한 특집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엮은 것으로, 빈곤의 현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밀착 취재하여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맞닥뜨리는 ‘원초적 불안’을 살펴본 책이다. 서울 가락시장의 일용직 파 배달꾼, 전국을 돌며 ‘도시의 찌꺼기’를 쓸어내는 야간청소부 등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직접 몸으로 겪고 기록하였으며, 인간답게 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빈곤층의 삶, 저소득층의 보육 문제,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고통 받는 서민들, 빚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맞닥뜨리는 ‘원초적 불안’ 다섯 가지를 집중취재 했다. 뼈 빠지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근로 빈곤층의 생계 불안, 내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사람들의 주거 불안, 아이 낳고 기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보육 불안, 중병 들면 가정 파탄을 각오해야 하는 의료 불안, 절박한 상황에서 무자비한 고리채에 손 댄 이들의 금융 불안이 그것이다.

온갖 푸대접과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전화판촉 원(텔레마케터)으로, 전국을 돌며 ‘도시의 찌꺼기’를 쓸어내는 야간청소부로, 호텔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발이 부르트도록 뛰는 ‘하우스 맨’으로 취업해 노동자의 삶을 기록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임시직,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노동환경 조건이 열악했다. 일은 험하고 어려운데 생계를 이어나갈 만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빈곤층이지만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빈곤층 지원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6000원짜리 쪽방에서도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3000원, 5000원을 내고 만화방, 다방 등에서 쪽잠을 잘 수밖에 없다. 그마저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은 지하도, 역 근처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빈곤층의 주거 현실’은 인간답게 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이 땅의 빈곤층의 암담한 삶이다.

우리 주위에는 대부업체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이 광고들을 귀찮아하며 무시하지만 돈이 급한 사람들은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덫에 걸려든 서민들이 정말 많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들은 오히려 서민들에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은 급히 불법 대부업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빚의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뿐인가 한번 사업에 실패해 은행 빗을 진 사람은 악덕 채권 추심업체에 다단계처럼 채권을 양도해 소멸기간이 지난 채무를 소송하여 소멸시기를 연장, 악용하여 무덤가지 따라 붙고 있다는 현실이다. 정부에서 이런 소멸 채무를 규제한다고 했으나 아직도 말뿐이란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왜 이리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지, 왜 우리 사회에는 그늘이 이리 넓은지. 지금도 일자리, 주거, 보육, 의료, 부채 문제로 근심을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문하게 된다. 또한 이 상황을 爲政者들은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폴 틸리히>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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