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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위’가 기대되는 이유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기업의 관심사는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였다. ‘경제검찰’ 공정위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정책이나 경영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문 정부는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 재벌개혁 감시단장을 시작으로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거치는 등 20여 년의 시간을 재벌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맞서온 인물이다. 그의 닉네임이 ‘재벌의 저승사자’라는 것만 보더라도 재벌과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에 조국 교수와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를 선임하면서 전격적 사회개혁에 나선 모양새다. 이전 정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패고리인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이란 화두를 두 사람의 전진배치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한국경제사회에서 재벌을 무작정 손가락질 할 수만은 없다. 전쟁의 폐허에서 반백년 안에 세계 강대국과 견주는 경제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는 분명 그들의 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주도의 산업발전 계획 속에서 일부에게 기회가 편중됐고 부패고리가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재벌기업의 사회경제적 공과를 평가할 때 편견을 버리고 정확해야 할 이유다.

김 내정자는 재벌개혁의 첫 단추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을 하겠다고 정조준 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등장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했던 것을 상기하면 그가 앞으로 어떤 개혁을 풀어나갈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그의 공정위장 인선에 걱정과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내보이기도 한다. 학계와 시민운동계에 있을 때와 정부조직 안에서 일할 때는 상황이 많이 다를 것이란 기대가 섞여 있다.

김 내정자가 인선발표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들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그는 이날 재벌개혁에 힘을 주기보다는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그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다이내믹 코리아’로 불리던 한국이 얼마 전부터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가 시장질서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서 다시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했다.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기보다 ‘경제 활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읽힌다. 그가 주된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 대상이 30대 기업 자본 절반이 몰려 있는 4대 재벌로 좁혀도 무리가 없다면서 4대 그룹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집행할 때 좀 더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계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이란 자리 자체가 누가 임명되더라도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불공정행위에 대해 감시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김 내정자가 지난 20여 년 동안 재벌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했지만 재벌의 속성과 함께 개선방향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재벌기업 입장에선 부담감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내정자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출발점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김 내정자는 18일 현재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확대해서 경제 분석능력과 조사능력을 정상화하겠다면서 ‘조사국’이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공정위 조직인 ‘조사국’은 김대중 정부시절 신설됐지만 대기업의 반발로 2005년 폐지됐다. 공정위 조직의 ‘조사국 부활’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포함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내정자가 이날 ‘조사국’을 기존 ‘기업집단과’를 확대한 ‘국 조직’으로 공식화했지만 구체적인 조사대상과 기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 등 대기업지배구조 관련 업무를 맡았던 기업집단과가 국으로 승격하면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출발점에서 강성 일변도의 행동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선보인 공정위의 태도에서 재벌개혁의 속도와 수위 조절 능력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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