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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동구밭’ 노순호 대표[스타트2030] 텃밭 가꿔 발달장애인 돕는다
   
▲ 마을 어귀, 작은 텃밭이라는 의미를 가진 동구밭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모여 텃밭을 가꾸고 비누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소셜벤처)이다. 이곳에 발달장애인 10명, 비장애인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노순호(27) 동구밭 대표(사진=언더스탠드에비뉴)

[아시아타임즈=이주희 기자] “발달장애인들은 사회에서 일하고, 관계 맺기를 원해요. 학교에서 오랫동안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도 사회는 너무 낯선 환경이죠. 그래서 직장에서 오래 견디지 못해요.”

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노순호(27) 동구밭 대표를 만났다. 올 1월 만든 동구밭의 비누공장은 2시30분까지 휴식 시간이었다. 노 대표는 쉬면서도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듯 보였다.

마을 어귀, 작은 텃밭이라는 의미를 가진 동구밭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모여 텃밭을 가꾸고 비누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소셜벤처)이다. 동구밭에선 발달장애인 10명과 비장애인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동구밭은 2015년 1월 2일에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6월부터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입주하면서 옥상에 텃밭을 조성했다. 소셜스탠드 워크숍(WALKSHOP)에선 비누를 판매하고 있다.

“군대 생활을 백령도에서 했어요. 총 한 자루 들고 길게는 18시간을 돌아다니는 거예요. 후임병이나 선임병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밖에 없어요(웃음). 후임 때는 주로 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제가 별로 한 게 없는 거예요.”

동구밭에서 만드는 천연비누인 '가꿈비누'. 바질,상추,케일,페퍼민트, 오이&가지 등의 종류가 있다. 온도를 높이지 않고 제조해 식물성오일이 가진 좋은 성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사진=동구밭)

동구밭은 홍익대학교 사회적기업 창업 동아리 인액터스에서 출발했다. 노 대표는 대학생은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주체라며, 성인이 되면 이에 부합하기를 기대했지만 정작 한 일이 없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군 제대 후 복학해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강동구청의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하면서 5명의 발달장애인들을 만나게 됐어요. 이 친구들과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운이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그 덕에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어요(웃음).”

텃밭에는 상추, 바질 등 키우기 쉬운 작물을 주로 심는다. 1년에 두 번 텃밭 가꾸기 신청자들을 모집하며, 연간 400~500명 정도가 참가한다.

“발달장애인 10명과 비장애인 10명을 짝지어요. 비장애인 신청자의 80%는 재신청하는 사람들이에요. 수확한 채소들은 텃밭 가꾼 사람들이 가지고 가는데, 다들 집에 쌓여있다면서 괜찮다고 해요(웃음). 나머지는 비누 만드는 분말로 사용해요.”

“발달장애인 10명이면 비장애인 10명을 짝지어요. 비장애인 신청자의 80%는 재신청하는 사람들이에요. 수확한 채소들은 텃밭 가꾼 사람들이 가지고 가는데 그것도 초반이 지나면 다들 집에 쌓여있다고 괜찮다고 해요(웃음). 나머지는 비누 만드는 분말로 사용해요.”(사진=동구밭)

비누 생산은 텃밭을 가꾸다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일할 경우 그 기간이 길지 않다고 했다.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는데, 첫째는 사회성이고 둘째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회사의 마인드다.

“일단 학교를 졸업하면 관계를 맺을 곳이 없어요. 학교에 가면 당연히 친구들이 있으니까 소통할 수 있는데, 사회에 나와선 연결되기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넘게 배웠지만 외국인 만나면 바로 대화가 안 되는 것처럼. 근데 그게 이상하지 않잖아요.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는 더 낯선 곳인데 학교에서 오랫동안 소통을 배웠다고 해도 처음에는 그 환경을 오래 견디지 못하는 거죠.”

발달장애인들이 학교에서 배운 소통 방법이나 비장애인들이 배운 영어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통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물건을 만든다고 하면 사달라는 태도가 있어요. 우리 아이가 집에서 놀 순 없다. 이거라도 만들어야하니 사달라는 경우 같은 건데, 그럼 제품의 질이 좋아지기 어렵고 당연히 회사도 오래 유지되기 힘들죠.”

발달장애인은 일하는 것보다 친구를 만드는 것, 즉 사회활동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비누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가치도 함께 담고 있다.

텃밭을, 관계를, 용모를, 마음을 가꾸자는 의미가 담긴 ‘가꿈비누’는 가성소다와 식물성 오일, 텃밭에서 기른 채소 분말이 주재료다.

비누 팔아서 텃밭 바꾼다고 말하는 노 대표는 텃밭 가꾸기에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모였으면 좋겠고, 그들이 비누를 만드는 일까지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저는 처음부터 ‘창업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랬다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너무 힘들거든요.” 노 대표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사람문제가 가장 힘들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년까지 팀워크 다지는데 힘들었어요. 직원들이 저보다 더 어렸어요. 또 팀 구성이 중요한데 믿을 수 있어야하는 건 당연하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가’를 봐야 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동구밭 비누공장에 진열된 비누들. 지난해 6월부터 비누를 만들었으며 올 1월 1억원을 들여 공장을 만들었다. (사진=언더스탠드에비뉴)

포지션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노 대표의 표정에서 그간의 스스로와 많이 싸웠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재 동구밭에는 10년의 내공이 있는 사회복지사, 대기업에서 회계를 담당하다 시니어인턴을 하고 있는 생산관리자, 10년 이상 비누공장에서 근무한 공장장 등 20대부터 50대까지 일하고 있다.

“수익은 조금씩 늘고 있는데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거든요. 좋으면 사업을 확장할 생각을 할 거고 나쁘면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니까요. 저는 지금이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납품 중인 곳도 있는데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크게 하려고 해요. 목표는 큰고래를 잡자(웃음).”

동구밭은 올 하반기부터 비누를 호텔에 납품하는 쪽으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 뚫기가 쉽진 않지만 한 번 들어가면 유지되는 것도 있고, 요즘 호텔이 여러 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니까 유리한 면이 있다며 노 대표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거라고 말했다.

비누공장에서 발달장애인은 4시간동안 일하며 가공과 포장을 담당한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5명씩 일하고 있다. 오전 팀은 밥을 먹고 퇴근하며, 오후 팀은 밥을 먹고 일을 시작한다.

“점심을 먹을 곳이 없어요. 아침이랑 저녁은 집에서 먹는다고 해도 이 친구들이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요.”

가꿈비누는 하루 평균 3000개 이상을 만든다. 주문자생산방식(OEM)과 제조업자생산방식(ODM), 협업 등을 합친 수다. 노 대표는 동구밭에서만 만다는 개수였으면 한다고 작은 바람을 보였다. 그래야 고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사진=동구밭)

동구밭에선 ‘가꿈비누’를 하루 평균 3000개 이상 만든다. 주문자생산방식(OEM)과 제조업자생산방식(ODM), 협업 등을 합친 숫자다. 비누 생산은 크게 가공-포장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가공은 모두 수작업으로 한다.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가공 단계에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히 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

노 대표의 명함에는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첫 번째 짝꿍 동구밭’이라고 적혀있다. 이날도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이 진행 중이었다. 발달장애인은 두 달 동안 유급 인턴을 거친 후 정직원이 된다. 일반 회사와 다를 게 없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들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보통의 사람처럼 회사에서 오래도록 일하는 것. 그렇게 평범 속으로 들어가는 날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그들과 어울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주희 기자  juhe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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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기자 juhe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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