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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 만큼 건강한 먹거리 돌려준다농부 대상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운영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
   
▲ 농사펀드는 농촌에 특화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투자자가 소액투자를 하면 농부가 직접 지은 먹거리로 돌려받는다. 농사펀드는 농부와 투자자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사진=농사펀드)

[아시아타임즈=이주희 기자] “제가 먹는 쌀은 충남 부여의 조관희 농부가, 양파는 전북 정읍의 방민희 농부가 생산했어요.”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 내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만난 박종범(38) ㈜농사펀드 대표는 자신이 먹는 농축산물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농부가 키웠는지 알고 있었다.

농사펀드는 전국 농부들한테 소액투자 가능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소액투자를 하면 농부가 직접 키운 먹거리로 돌려받는다. 농부와 소비자들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농사펀드에 등록된 상품은 농산물을 비롯해 축산·육가공품, 임산물, 양념, 즙, 간식류 등 870여종에 이른다.

“‘농부가 별 다른 고민 없이 농사를 짓게 한다’는 것이 농부펀드의 미션이에요. 농사는 짓는 규모가 작을수록 빚을 내요. 농부는 신용도가 낮아서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그럼 고리대금을 통해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농부는 좁은 땅에 농작물을 많이 심어 생산량을 늘리려고 한다. 자연히 농산물은 빼곡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영양과 빛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자란다. 그럼 농부는 좁은 땅에서 자란 농작물의 성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농약을 뿌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빚 없이 먹거리를 생산해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박 대표는 소비자들의 소액투자를 생각해냈다. 농사펀드의 탄생 배경이다.

농사펀드에 참여하고 싶은 농부는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일주일에 4~7명, 한 달 평균 20~30명 정도 신청하는데, 이 중 10~20%가 농사펀드와 연결된다.

“일단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봐요. 먼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사가 아닌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야 해요. 관행농사에서 친환경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3년 정도 걸리죠. 이 시기를 농부가 잘 견뎌야 하는데 굉장히 힘들어요. 왜냐면 이때는 친환경 인증서도 없고 농약을 치지 않아 모양이나 크기가 작아서 시장에서는 하품 취급을 받거든요.”

소비자는 수개월 정도 기다려야 투자한 농산물을 받을 수 있어 심리적인 장벽도 생긴다. 하지만 한 번 이용한 사람들은 좋다는 것을 알고 주변에 많이 알린다고 한다.

농사펀드를 함께 꾸려가고 있는 팀원들(사진=농사펀드)

펀딩이 이뤄지는 과정은 이렇다. 한 농부가 3300㎡(1000평) 땅에 농사를 짓는데 1000만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할 경우, 30%인 300만원만 투자 받는다. 나머지 700만원은 공판장 등을 통해 해결한다. 농사펀드는 추후, 땅 전부를 펀딩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시작한 지 2년 남짓 됐어요. 성장하는 과정이어서 소액투자만 받고 있는데 조금 더 규모가 갖춰지고 경력이 쌓이면 액수는 커질 거예요.”

농사펀드를 이용하는 소비자 연령대는 24~26살 60%, 35~45살 30%, 45살 상 10%다. 24~34살은 여성이 60%를 차지하고, 35~45살은 남성이 60%에 달한다. 왜 35~45살 남성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아마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농사펀드에 올라오는 농부의 상품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토마토 농사를 동시에 짓는 A농부와 B농부가 펀딩을 받는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농부에게 투자할지 고민된다.


박 대표는 ‘농산물이 아닌 콘셉트를 판다’며 농부와 인터뷰를 거쳐 차별점과 특징을 파악해 홈페이지에 소개한다고 말했다.

창업 전 박 대표는 소상공인을 상대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우연히 농촌지역을 개발하는 ‘농촌넷’ 서비스를 만들고, 농촌체험마을 컨설팅을 맡게 됐다. 이후 농촌마을 교육·컨설팅을 해주는 ‘정보화마을’에서 3년간 근무했다. 농사펀드 창업 직전에는 ‘총각네야채가게’에서도 일했다.

박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농사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작은 어릴 때부터다. “춘천에서 태어났는데 외할아버지가 대농이셨어요. 어릴 때는 방학이 없었죠. 방학 내내 논에서 일하니까 새까맣게 탔어요. 개학하면 어디 해외 나갔다 왔냐고 묻는데 해외는 무슨.”

박 대표는 자신이 창업을 할 줄 몰랐다며 웃었다. 2013년 회사 다닐 때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서 농사펀드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농촌 일을 가까이 하다 보니 농촌의 문제가 뭔지 알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쌀로 했는데 실패했어요. 목표 금액은 310만원이었고 23명이 투자해 230만원이 모였어요. 농부에게 죄송하다고 하니 아니라고 다시 해보자고 말하셨어요.”

2014년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시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730만원이 목표였는데 1300만원이나 모였다. “일이 점점 많아져서 퇴근 후나 주말에만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졌어요. 이 일이 지속가능한지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죠.”

“‘농부가 별 다른 고민 없이 농사를 짓게 한다.’는 것이 농부펀드의 미션이에요. 농사펀드는 내 소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투명해요.”박종범 대표(사진=농사펀드)

박 대표는 농촌 관련 일에 13년 경력이 있다. 이 경력이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창업에 대해 하고픈 말도 명확했다.

“저는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명확해요. ‘농부가 농사짓게 한다’ 농부가 농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죠. 창업지원금 같은 건 윤활유 역할이에요. 없어도 되죠. 그 전에 이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이 명확해야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농사펀드에 투자하려면 결제(투자주문서 작성) 전 ‘응원한마디’를 적어야 한다. 농부들은 이런 응원에 더욱 힘을 얻는다.

“어떤 수박 재배 농부가 거래처에 1000통을 파는 것보다 여기서 100통을 파는 게 더 행복하다고 했어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니 자존감이 올라가는 거죠. 가격 결정권도 농부에게 있어요. 농사펀드는 시장조사를 통해 가격 가이드를 제시할 뿐이죠.”

박 대표는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밀레니얼 세대에요. 아버지는 회사 다니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인 가정이 많은 세대라 어머니의 집밥, 요리가 어떤 맛인지 경험이 있죠. 근데 지금 자라는 젊은 세대들은 맞벌이 부모들 밑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서 자극적인 맛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이 또한 하나의 사회 문제라는 것이다. 맛을 알고 소비의 가치를 아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 배송도 빠르고 소비가 편해졌잖아요. 근데 그 소비가 실제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몰라요. 농사펀드는 내 소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죠.”

농사펀드 투자는 느리지만 정직하고 투명하다. 투자의 선택은 자유다. 농사펀드를 믿고 투자하는 소비자가 2만1400명이다. 회원 수는 1만2000명인데 이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주희 기자  juhe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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