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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제재 ‘종이호랑이’ 유엔과 ‘봉숭아학당’ 미국
유엔 안보리가 5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연간 수출액 30억 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 달러를 봉쇄하는 또 하나의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가장 핵심은 석탄을 비롯한 북한의 주력 품목 수출금지와 노동자의 해외송출 제한이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정권 수뇌부와 핵·미사일 개발로 흘러들어 가는 ‘달러’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미국이 추진해왔던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의 하나인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금지가 빠져 ‘종이호랑이’가 되면서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고강도 제재가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불러내진 못할 것이란 이른바 ‘제재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북한체제가 지난 30년간 국제사회의 다양한 압박옵션을 겪으면서 내성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없이도 외부제재를 어느 정도 정면 돌파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던 연료, 생산에 필요한 부자재, 부품 등을 이제는 스스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내부경제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북한경제 규모에서 대외 의존도가 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밀무역이 상당하다는 점도 ‘제재 무용론’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원유도 공급중단에 대비해 상당량을 비축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장기간 원유공급이 중단되면 경제, 군사적 타격이 크겠지만 몇 개월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그런데 이번 유엔의 제재결의안에서 대북 원유수출 금지가 또 다시 무산되면서 ‘제재무용론’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해법을 두고 좌충우돌하는 ‘봉숭아학당’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제재무용론’에 더욱 힘을 싣는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면서 그 진위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이튿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며 대화가 최우선 해법”이라고 이를 진화하고 나섰다. 그런데 또 하루 만에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대북정책과 관련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와 같은 수사를 많이 써왔다. 그러나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표현은 이제 상투어가 됐다고 미국 주요언론들은 꼬집고 있다. 더불어 북한문제의 심각성과 시급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다 통일되고 일관된 대북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정부도 한반도문제에 있어서 운전석에 앉겠다며 대화에만 집착하는 ‘일편단심’ 태도를 보이면서 ‘제재무용론’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우리정부의 대화제안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도발을 계속하며 한반도문제 논의에서 한국을 배제시키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 빅딜설, 대북 군사옵션, 미·북 대화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운전석론’을 내세운 우리정부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우리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앞세워 북한문제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왠지 옹색해 보인다.

그런 까닭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나서기 전에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내걸게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군다나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비춰봤을 때 보다 분명한 조건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당장 이달 하순에 한미 합동으로 진행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 긴장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대화에만 집착하지 말고 유연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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