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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넘지 못할 ‘문턱’[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8.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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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용택(禹龍澤)이라는 의젓한 선비가 ‘을사오적’ 박제순(朴齊純)을 찾아가서 말했다.

“대감께서 벼슬을 잘 판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나도 벼슬 한 자리 사고 싶습니다.”

우용택은 그 말과 함께 ‘동전 한 푼’을 박제순에게 점잖게 내밀었다. 요즘 가치로 따지면 껌값도 되지 않을 ‘푼돈’이었다.

“소생은 원래 가난한데다가 그나마 글공부를 하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모두 탕진했습니다. 남은 재산이라고는 이것뿐이니 이 돈 값어치만큼만 벼슬을 내주시오.”

이 당돌한 요구에 박제순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마디를 뱉었다.

“어허, 참으로 고약한 손님이로군.”

그 순간 우용택의 안색이 변했다. 옆에 있던 화로를 박제순에게 집어던지며 호통을 쳤다.

“뭐라고? 고약한 손님? 내 돈 내고 벼슬 사겠다는데 뭐가 고약하다는 말인가! 부자들의 천 냥, 만 냥만 돈이고, 내 돈 한 푼은 돈이 아니란 말인가. 한 푼짜리 벼슬은 없어서 팔 수 없다고 하거나, 아니면 이미 벼슬이 모두 팔려서 더 이상 팔 것이 없다고 하면 나도 그냥 물러갔을 것이다. 다짜고짜 고약한 손님이라니!”

화로에서 튀어나온 불티가 박제순의 상투와 수염을 태우고 말았다. 그래도 박제순은 “앗, 뜨거워” 비명만 지를 뿐, 어찌할 수 없었다.

박제순의 ‘대갓집’ 문턱은 우용택 따위의 가난뱅이 선비가 감히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푼돈이 아니라 뭉칫돈을 싸들고 있는 사람이나 겨우 넘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우용택은 거침없이 그 높은 문턱을 넘어가서 혼을 냈던 것이다.

오늘날 서민이 디뎌보기 힘든 문턱은 ‘은행 문턱’이었다. ‘관청 문턱’이기도 했다. 서민은 그 턱없이 높은 문턱 언저리에서부터 ‘찬밥’이 되어야 했다. 그 문턱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문턱이 또 하나 생겼다. 빙수 한 그릇을 5만8000원에 팔고 있다는 서울 여의도의 어떤 호텔 문턱이다. 빙수값이 4만9000원, 4만 원이라는 또 다른 호텔도 있다는 보도다.

얼마 전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서민 월급쟁이의 올해 점심값은 평균 6100원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6370원이었는데, 올해는 그 밥값을 더 낮췄다는 것이다.

5만8000원짜리 빙수는 월급쟁이 평균 점심값의 9.5배다. 주 5일 근무를 감안하면, 서민 월급쟁이는 꼬박 2주일이나 굶으며 점심값을 모아야 간신히 빙수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다. 호텔 측에서 서민들 주머니사정을 고려, 분량을 대폭 줄인 ‘미니빙수’로 나눠서 판다고 해도 감히 찾지 못할 문턱이 아닐 수 없다. 얼음물이나 마시며 호텔 빙수를 상상해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그 ‘엄청’ 높은 호텔 문턱은 미래의 어느 날 넘어볼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라는 시장조사 전문기업의 조사가 그랬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2%가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현재 삶의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되기는 힘든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5만분의 1이라고 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으니, 당첨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결국 호텔 문턱은 앞으로도 서민들에게 군림할 것이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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