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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부회장 구형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수뇌부 4인(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등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논고와 더불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논고와 구형이 재판부에 대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 검찰의 일방적 의견이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법조계의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으로 비롯된 부패범죄라는 점을 들어 적절하다고 하며, 혹자는 뇌물공여죄의 일반적 양형기준에 비추어 너무 과중하다고도 한다.

이번 재판의 핵심쟁점인 뇌물죄의 적용에 대해서도 법조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재판부가 예단 없이 공판에서 나온 증거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번 사건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합병을 챙겼다는 자료를 현 청와대까지 나서 공개한 만큼, 특검의 간접증거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뇌물혐의의 특성상 직접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우며, 특히 뇌물을 줬다는 쪽과 뇌물을 받았다는 쪽 양쪽 모두 혐의를 부인할 경우 간접증거로만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특검이 구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뇌물공여보다는 재산국외도피와 법인자금 횡령에 방점을 찍고 있다. 뇌물죄의 경우 받은 사람은 1억 원 이상의 경우 1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지만, 뇌물공여자의 경우는 아무리 거액을 줘도 법정형이 5년 이하이기 때문이다. 반면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이며, 횡령죄는 50억 원 이상일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 처벌된다. 이 또한 특검이 이번 재판에 임하는 태도가 신중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혐의가 물리고 물려 있어 한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되면 이 부회장에 대해 모두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특검에게 있어 빠져나갈 수 없는 더욱 촘촘한 그물망이 필요했다는 분석들이 많다. 하지만 특검이 이번 사건에서 뇌물공여라는 본질이 아닌 뇌물을 주는 수단인 재산국외도피를 구형의 기준으로 한 것은 본말전도라는 의견도 있다. 결국 본 사건의 본질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서로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주고받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특검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으며, 따라서 엄벌이 필요하다고 논고에서 주장했다. 일면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의견도 있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모든 양형의 기준은 해당 법률이 되어야지 추상적인 헌법원리가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자칫 헌법원리에 의해 모든 형사재판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결국 정치재판,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검이 차고 넘치는 증거로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이 부회장의 재판도 이제 모든 심리가 끝나고 오는 25일 오후 재판부의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이번 사건의 재판부만큼 어려운 판단을 앞두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이번 사건은 직접증거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간접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이중에서 어떠한 증거를 취사선택하여 어떠한 추론과정을 거쳐 범죄의 구성요건사실을 입증할지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재판부의 자유 심증에 달려있다.

이번 판단은 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단죄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재판부는 절대 정치적 고려를 하거나 여론을 의식해서도 안 되며 오로지 법과 원칙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사법부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 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재판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달 27일 구속만기를 맞는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와 한남동 자택 가운데 어디로 향하게 될지 국민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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