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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갑질’ 또 다른 문제[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8.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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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꼬리는 항상 머리의 뒤를 따라다녀야 하는 게 불만이었다. 자기도 앞장을 서보고 싶었다. 그래서 머리에게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앞장서게 해달라고 졸랐다. 머리는 내키지 않았지만 꼬리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꼬리는 역시 꼬리였다. 앞장선다고 머리 노릇을 할 능력은 없었다. 단지 위치만 앞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꼬리는 자랑스럽게 앞장서서 전진하다가 구덩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구덩이 속에서 허덕이자 뒤에 있던 머리가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꼬리는 머리 덕분에 어렵게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꼬리는 계속 앞장서겠다고 우겼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또 머리의 충고로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뱀은 가시에 찔려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야 했다.

꼬리는 그런데도 앞장을 섰다.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불 속으로 들어가고 만 것이다. 다급해진 머리가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그렇지만 빠져나갈 재간이 없었다. 뱀은 결국 불에 타죽고 말았다. 머리의 노력도 허사였다.”

‘탈무드’에 나오는 유대인의 우화다. 꼬리는 주제넘게 머리 역할을 우겼다가 불상사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 바람에 뱀은 몸 전체를 태우고 있었다.

조직도 다를 수 없다. 머리가 될 자질이나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 조직을 이끌다가는 자칫 조직 전체를 망칠 수 있는 법이다. 어떤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군대라는 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가뜩이나 뜨거운 날씨가 이른바 ‘대장 갑질’ 때문에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 갑질’ 등 갑질이 여럿이나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밝혀진 갑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네티즌이 열을 좀 많이 받고 있다.

하기는, ‘대장 갑질’이 심하기는 했다. ‘전자 팔찌’를 채우고 방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에도 호출했다는 게 그랬다. 오죽했으면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번에 갑질 행위가 밝혀진 육군 대장 외에도 몇몇 장군의 ‘갑질 의혹’이 더 드러났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네티즌이 열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따져볼 것은 더 있다.

‘육군 대장’은 사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는커녕, ‘대장님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텃밭 농사를 하면서 사기가 가득할 수는 없었을 게 분명했다. 이를 목격한 동료들의 사기도 정상이기는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군의 사기를 올려줘야 할 고위 장성이 사기를 되레 추락시켰다면, ‘대장 자격’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육군 대장’은 또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하기 싫어지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입대하고 싶다는 젊은이가 많지 않은 판에, 자칫 ‘노예 취급’을 당할 수도 있는 군 생활이 껄끄러워지도록 만든 것이다.

군 인권센터가 “경계병을 농사일에 동원한 것은 사령관이 자신의 안전을 포기해 안보에 구멍을 낸 것이나 다름없는 셀프 이적행위”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안전을 포기한 것만 ‘셀프 이적행위’일 수 없었다.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입대하기 더 싫어지도록 만든 것 역시 ‘셀프 이적행위’라고 해도 괜찮을 만했다.

군의 ‘인사’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했다. 육군 대장은 과거 ‘중장’이던 당시에도 ‘갑질’을 일삼았다고 군 인권센터가 폭로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장으로 진급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셀프 이적행위’를 했다는 소리를 들을 사람에게 별 하나를 더 붙여준 셈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는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군검찰에 소환된 박찬주 육군대장(제2작전사령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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