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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안중근의 大林寺와 이등박문의 博文寺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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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역사의 모순이라면 아마 이 두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수 있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의 대단한 영웅이며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는 일본의 대단한 영웅이다. 전자는 일본의 영웅을 죽여서 영웅이 됐고 후자는 그 죽음으로 인해 더욱더 역사에 빛나는 영웅이 됐다.

일본에는 안 의사의 유묵(遺墨)을 봉안한 대림사라는 절이 있었고 서울에는 이토를 모셨던 박문사가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박문사는 일제 강점기에 서울 장충단 공원 동쪽,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에 있던 절이다. 장충단은 원래 을미사변 때 피살된 시위 연대장 홍계훈과 궁내부대신 이경직 등을 기리기 위해 고종이 쌓은 제단이었다.

이 곳은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에 대한 항일 감정을 상징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1919년 조선총독부는 장충단 자리를 공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1932년 공원 동쪽에 이토를 추모하기 위해 박문사라는 절을 지었다. 당연히 이토의 이름을 따온 절이다.

박문사는 그 후 최린, 이광수, 윤덕영 등을 비롯해 친일파들이 모여 이토를 비롯해 한일합방 공로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는 커다란 절로 변모해 나갔다. 흥미로운 것은 해방 이후 박문사에 이토 대신 안중근 의사의 위폐가 모셔졌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와 이토의 기막힌 사후 인연이다.

콘크리트 2층 건물인 박문사는 6.25 폭격에도 살아남아 전쟁 후 국군전몰장병 합동위령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당시 장충단 사적과 부속 건물은 흔적없이 사라졌지만 박문사는 생명력이 길었다. 이후 박문사는 1959년 외국 귀빈을 접대하기 위해 영빈관을 지으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외국의 인사들을 모시는 국내 최고의 특급호텔로 변모했다.

일본의 미야기현(宮城縣)에 있는 대림사는 이름도 없는 조그마한 절로 안 의사의 유묵을 봉안해 왔다. 유묵은 말 뜻 그대로 살아 생전의 필적을 의미하는 말이다. 일본의 영웅인 이토를 살해한 테러리스트 안중근의 영혼을 돌보고 있었다. 서로가 영웅이면서 또 서로가 원흉이기도한 두 사람의 행적을 기리는 절이 묘하게도 각각 원수 국가에 생긴 것이다.

안 의사와 대림사와의 인연은 뤼순(麗順) 감옥에 있던 안 의사의 간수 치바도시치(千葉十七)의 노력에 의해서다. 치바는 안 의사가 사형당하던 1910년 25세 나이였다. 28세에 결혼한 후 부인의 고향인 미야기현 구리하라군에 주택을 마련하고 자기집 법당에서 안 의사의 유묵을 봉안하고 매일 아침 공양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대림사를 찾아 안 의사의 명복을 빌었다.

치바 간수는 50세에 일생을 마쳤다. 그리고 죽기 전 부인에게 “내가 죽거든 나의 위패를 안 의사의 유묵 옆에 두고 공양해 달라”고 주문했다. 부인 기츠요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안의사의 유묵과 남편의 위패를 같이 봉안하고 매일 공양하다가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유골은 대림사의 뒤뜰에 치바와 같이 안장됐고, 안 의사의 유묵은 기츠요씨의 양자인 니가이도씨에 의해 계속 봉안됐다. 1979년 안 의사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양심 있는 니가이도는 안 의사의 유묵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그 유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금의 남산에 있는 안중근의사 숭모관에 보관돼 있다.

자기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이토를 살해한 안 의사의 간수인 치바와 그의 부인 기츠요, 그리고 양자인 니가이도의 덕택에 안 의사의 유묵이 고스란히 고향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치바의 가족을 비롯해 대림사는 이토를 저격한 안 의사의 유품을 봉안하면서 아마 온갖 비난과 위협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안 의사를 그렇게 존경하고 흠모했던 치바의 이름을 따서 지바사(千葉寺)라는 절이라도 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가 우리의 영웅 안 의사를 대림사에서 봉안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일본을 이기는 진정한 극일(克日)의 모습이 아닐까? 해방이 된 8월 15일이 올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안 의사가 옥중에 썼다는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사서 읽어보려고 교보문고를 방문했다. 그러나 그 책은 없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hgkim54@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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