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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노이로제’[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9.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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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20년 전, 김대중 정부는 ‘주 5일 근무제’를 밀어붙였다. 일주일에 5일만 일하고 나머지 2일은 ‘소비’를 하라고 했다. 그래야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경기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는 늘어나지 않았다. 국민은 소비를 하라는 2일 동안 되레 ‘방콕’이었다. 그 바람에 비명을 지른 것은 ‘빈 택시’였다.

노무현 정부는 골프장 230개를 만들고, 남아도는 공단에 위락시설도 만들어주겠다며 소비를 유도했다. ‘행담도개발사업’, ‘S 프로젝트’ 등도 추진했다. 행담도개발사업은 충남 당진의 행담도를 종합관광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고, S 프로젝트는 서남해안지역을 관광허브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은 소비를 하고 싶어도 소득이 부족했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도 있을 텐데, 정작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국내 여행을 호소하기도 했다. “온 국민이 하루씩만 국내 여행을 늘리면 지역 경제에 2조 원 정도가 흘러가고, 일자리 4만여 개가 생긴다”며 소비를 강조했다. 장관과 차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정 토론회’를 열어 아이디어를 모으기도 했다.

그래도 소비는 늘어나지 않았다. 국민은 대통령의 ‘호소’에도 귀를 막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여행주간’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여행을 강요(?)하기도 했다. ‘봄 여행주간’, ‘가을 여행주간’, ‘겨울 여행주간’에 이어 ‘한가위 문화·여행주간’을 설정, 여행을 압박했다. 여기에 ‘여름휴가’를 합치면 국민은 ‘봄+여름+가을+겨울+한가위 여행’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것도 말로만 ‘주간’이었다. 실제로는 두 주일, 열흘 가량의 ‘주간’이었다.

그러나 국민은 여행을 다닐 돈이 없었다. 오히려 ‘절벽’이라는 신조어가 ‘창조’되고 있었다. ‘소비 절벽’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소비다. 국무회의가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삼으면 국민은 추석 연휴 기간을 보태서 최장 10일 동안 쉴 수 있다고 했다. 글자 그대로 ‘황금연휴’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께선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밝히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내수 진작’을 위해서인지 추석 연휴 기간 중 사흘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해준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이번 황금연휴에 소비를 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전망이다. 여전히 돈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지수를 감안한 국민의 실질소득이 지난 2분기에 1%가 줄었다는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이라는 통계다. 늘어나도 시원하지 못할 실질소득이 2년 가까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388조 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소비를 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절약해서 빚을 갚아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빚에 시달리면서 황금연휴를 즐기기는 쉽지 않을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최장 10일의 ‘황금연휴’ 때 국내 또는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국민이 32.2%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67.8%의 국민은 대충 ‘방콕’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따지면, 돈 없는 국민은 벌써 20년이나 ‘소비’라는 얘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소비 노이로제’를 앓게 생겼다. ‘가족 눈치’와 ‘빨간 날’이 정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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