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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연동 임금제’ 확산되려면 생산성 연계는 필연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국내기업 최초로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합의로 앞으로 매년 임금상승률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돼 결정된다. 만약 물가가 10% 오르면 임금도 10%, 물가변동이 없으면 임금상승률도 0%인 식이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이와는 별도로 기본급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 등은 매년 상황에 맞춰 신축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안을 적용하면 호봉제인 생산직 임금은 호봉승급분 2.7%에 통계청 발표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1%를 더해 3.7% 오르고, 연봉제인 사무직의 경우 성과평가에 따른 승급분과 물가상승률을 더해 임금이 결정되게 된다. 임금인상을 두고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노사현실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임금원칙이 산업계에 확산된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파업을 거듭하며 관행처럼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씩 걸리던 임금협상 과정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교섭 주기는 1년, 단체협약 주기는 최대 2년이다. 그동안 노사가 매년 되풀이하는 소모적 대립을 막기 위해 임금협상을 선진국처럼 3~4년마다 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교섭주기를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이번 SK이노베이션 경우처럼 노사합의로 임금인상의 공식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해 새로운 임금모델을 만들 경우에도 기업의 생산성, 경영실적과 연동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5년 4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교섭 과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타결에 이르기까지 노사가 협상한 평균 횟수는 5.9회, 소요기간은 2.4개월이었다. 특히 1,000인 이상 대기업은 평균 협상 횟수가 14.2회, 기간은 5.6개월이나 됐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임금·단체교섭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이 다양하고 노사 간 협의사항이 많아 협상 횟수와 기간이 늘어나는 게 관례였다. 이는 불필요한 교섭비용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SK이노베이션 노사합의에는 또 다른 주목할 점이 있다. 물가연동 임금인상 외에도 생애주기별 자금수요를 고려한 새로운 임금체계가 그것이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연차에 따라 임금이 꾸준하게 상승하는 기존 임금체계를 근로자역량, 생산성향상도, 생애주기별 자금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차별 상승 폭을 조절하는 변형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결혼, 출산, 교육 등 많은 자금이 필요한 30~40대에는 인상률을 높이고 정년이 가까워지는 50대 이후에는 인상분이 0에 수렴하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그룹이 지향하는 사회적 상생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기본급의 1%를 기부금으로 활용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사회적 상생 기부금은 4,000여 명의 생산직 직원이 기본급의 1%를 자발적으로 내면 회사도 동일한 액수를 출연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 오던 ‘1인1후원 계좌’ 기부를 제도화한 것이다. 이 제도는 다음 달 1일부터 실시되며 소외계층 지원과 사회공헌에 활용될 예정이다.

물가연동 임금제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등 유럽국가의 공공기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임금인상 기준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물가상승에 의해 생기는 명목임금과 실질임금 간의 차이를 조정해 임금노동자의 구매력을 유지하고, 더불어 사회보장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그 핵심이지만 약점은 있다. 물가상승률과 기업의 생산성이 괴리를 보일 땐 또 다른 기업의 경영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벨기에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잠식되는 결과를 빚은 바 있다.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실험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바라지만 이러한 부정적 영향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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