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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천고마비’는 오랑캐 침입에 대비하는 계절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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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완연한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지난 7일의 백로(白露)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의 기운이 완전히 시작되는 시기다.

하늘은 원래 높고 파랗다. 이는 햇빛이 대기층을 통과하면서 공기 중에 떠 있는 미세 물질과 부딪혀 산란하기 때문이다. 설명하자면 태양 빛이 질소, 산소 등과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이때 발생하는 산란 광선의 파장이 짧기 때문에 파란 빛을 띠게 된다. 특히 가을 하늘이 파란 이유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다른 계절보다 적기 때문이다.

그럼 말이 살찐다는 건 사실일까? 그렇다. 날씨가 서늘하게 되면 체온 유지를 위해 몸이 열을 발산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고, 그래서 그만큼 음식 섭취의 필요성도 커진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경우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살도 찌고 털갈이도 해 마모(馬毛)에 윤기가 흐른다. 말이 가장 건강하면서 예쁘게 보일 때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동물의 경우 식욕을 조절하는 렙틴이나 인슐린 같은 호르몬이 겨울이 오기 전 조금 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사람도 그럴까? 사람의 체중과 계절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여름의 더위로 스트레스 때문에 잃었던 식욕을 회복하게 되고, 또 여름보다 수면을 더 편하게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식욕을 북돋워 살이 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가장 좋은 계절을 의미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원래 뜻은 우리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고사성어 가운데 가장 와전된 경우로 그 유래와는 상당히 다르게 쓰이고 있다. 원래는 가을이 되면 하늘이 높기 때문에 시야가 좋고 초원에서 기르는 말들이 살쪄서 힘이 좋기 때문에 흉노족들이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경계의 뜻으로 쓰였다. 그러던 것이 풍요의 의미로 변하게 되었다.

이 말은 중국 당나라 초기 시성으로 일컫는 두보(杜甫)의 할아버지인 두심언(杜審言)의 시에서 유래한다. 그에게는 소미도(蘇味道)라는 글을 잘 짓고 무예도 출중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북의 흉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변방에서 복무 중이었다. 그의 안위를 걱정하며 보낸 시다.

“구름 고요한데 별이 불길하게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 높아지며 변방의 말은 살찐다(秋高塞馬肥), 말에 올라탄 장수는 칼을 휘두르고(馬鞍雄劍動), 붓을 놀려 곳곳에 격문을 띄운다(搖筆羽書飛)”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구절이 오늘날의 천고마비로 변했다. 일부 학자들은 두심언의 시가 일본으로 건너가 그렇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북방에서 쳐들어올 적이 없으니 풍요하고 생활하기에 쾌적함을 뜻하는 천고마비로 바꿔 썼을 것이며, 그것을 다시 우리가 수입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가을을 가장 두려워했다. 하늘이 높아 장애가 없으면 시야가 트여 멀리 잘 보인다. 흉노가 추워지기 전 말들을 잘 먹이고 훈련시켜 두었다가 가을에 말을 타고 중원의 북쪽 마을들을 돌며 식량을 약탈하는 것은 주(周) 시대로 올라갈 만큼 중국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는 이처럼 어렵고 흉험한 시기가 닥쳐오니 방비를 하라는 경계와 걱정의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마라. 되놈(중국) 다시 나오고 일본 놈 일어선다.” 해방 직후 열강들이 각축장이었던 한반도의 핵심적 상황을 요약한 민초들의 유행어였고 정부에 대한 경고였다. 한미 FTA, 사드 배치,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우리의 안보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변국가를 모두 흉노, 또는 오랑캐로 단정해 왔다. 사실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정치로 볼 때 우리 주변국 모두가 흉노일 수 있다. 와전된 원래 고사성어 천고마비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hgkim54@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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