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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힘 빠진 유엔의 대북제재, 전술핵 재배치 명분만 높였다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유류공급 30% 차단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초강경 원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해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내성만 키워 더 큰 도발을 부를 수 있는 실효성 없는 제재라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외에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우리보다 미국이다. 이같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0여 년간 이어온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엎어버리고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북핵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본토가 핵 공격 사정권에 들어갔음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전술핵 재배치 논란에 더해 소형 전술핵무기 증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술핵의 실제배치를 위한 게 아니라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압박용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보듯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원유수출 금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 대한 제재 등 핵심내용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당초 목표보다 후퇴하거나 빠짐으로써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끌어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 따라서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이 이어질 경우 선택지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30여 년간 이어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파기하고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짊어져야 할 부담도 만만찮다. 우선 북한의 핵 개발 명분을 강화시키고 실질적 핵무기 사용가능성을 높여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편승해 동북아가 빠르게 신(新)냉전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또한 미국이 그동안 중단했던 전술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핵보유국 사이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일본과 대만 같은 주변국가의 ‘핵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러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비등하고 있는 까닭은 북한과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에 기반 한다. 유사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라는 카드도 있지만 보다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주창되던 전술핵 논란은 일반 국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도 무려 69%가 전술 핵 재배치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 초지일관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술핵을 재반입 한다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안보 기조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단계·포괄적 접근으로 과감하고 근원적인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 이어 한반도에 전술핵마저 재배치될 경우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문 대통령 지지 세력과 여권의 반대 논리도 사실상 북한이 핵 보유를 하게 된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비(非)보유국의 명분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이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가정 하에서 가능한 얘기다. 북한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이번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수위가 낮아지면서 북한이 ‘마이웨이’행보를 이어갈 개연성만 높였다. 이러한 상황논리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추가도발을 한다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어떠한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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