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소비자 AT시선
‘소독약 햄버거’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09.26 14:10
  • 댓글 0

봉이 김선달이 조선 팔도를 누비며 세상을 골탕 먹이다 보니 어느새 겨울이었다. 김선달은 겨울에는 좀 쉬어야겠다며 고향에 돌아왔다. 동짓날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김선달을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웃 할머니가 울상을 지으며 찾아와서 하소연했다.

할머니는 동짓날 대목을 노리고 여기저기에서 돈을 꾸어다가 팥죽을 넉 동이나 쑤어놓았는데, 날씨가 풀리는 바람에 모두 쉬고 말았다고 푸념하고 있었다. 김선달 시대에도 요즈음처럼 ‘온난화 현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선달은 큰소리부터 쳤다. 걱정하지 말라고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이튿날 새벽, 김선달은 팥죽을 장터로 옮기고 ‘포장마차’를 설치했다. 포장마차 밖에는 “동지 팥죽, 한 대접에 3푼, 동짓날 팥죽 아니 먹으면 내년 여름에 더위 먹습니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그리고 친한 친구 한 명을 불러서 심부름꾼으로 ‘위장취업’을 시켜놓았다.

첫 손님이 포장을 들치고 들어왔다. 심부름꾼으로 위장한 김선달의 친구가 바람을 잡았다. 손님에게는 들릴 듯 말 듯 하는 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팥죽에 식초를 쳐야겠지요?”

김선달이 얼른 말을 받았다.

“손님을 봐서 쳐라. 식초는 양반에게만 쳐주는 거야. 아무에게나 다 쳐주는 게 아니야.”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했지만, 손님에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손님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 식초 나에게도 조금 쳐주시오.”

심부름꾼이 재빨리 식초가 담긴 병을 손님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으니까 덜 시거든 알맞게 쳐서 드세요.”

손님은 팥죽 맛보다는 양반행세가 중요했다. 맛도 보기 전에 식초부터 듬뿍 쳤다. 가뜩이나 쉰 팥죽에 식초까지 쳤으니 그 맛은 뻔했다. 손님은 그렇지만 양반답게 먹어야 했다.

“거, 참 좋네. 오랜만에 팥죽다운 거 먹어보네.”

그러면서 한 대접을 깡그리 비우더니 값을 치르고 일어섰다. 김선달은 그런 식으로 그 많던 팥죽을 하루 만에 다 팔아치우고 있었다.

김선달이 판 팥죽은 상한 음식이었다. 배탈이 날 수도 있었다. 현대 용어로 ‘불량식품’이었다. 김선달은 그 불량식품을 시치미를 떼며 팔아먹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어쩌면 김선달 시대보다 더 심한 장삿속이 판치고 있다. 옛날에는 과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몸에 해로울지 모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식중독균’의 정체를 잘 알면서도 불량식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어떤 햄버거 업체가 햄버거에 소독약을 뿌렸다는 폭로 소식을 듣고 돌이켜본 ‘봉이 김선달 이야기’다. 보도에 따르면, 햄버거 업체는 보건당국이 위생 점검을 나오면 식중독균이 검출되지 않도록 소독약을 뿌리도록 했다고 한다. 국민에게 ‘용혈성요독증후군’, 이른바 ‘햄버거병’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알도록 해주더니 이번에는 ‘소독약 햄버거’다.

햄버거 회사 측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행위가 있었다면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햄버거 회사는 네 살 어린아이가 ‘햄버거병’에 걸렸다고 했을 때에도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랬다가 뒤늦게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말을 바꾸고 있었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증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김형근 칼럼] 장제원 의원, 다음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인가?[김형근 칼럼] 장제원 의원, 다음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인가?
[청년과미래 칼럼]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청년과미래 칼럼]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