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정치경제 AT시선
FTA 개정, 민생 도움 되나[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10.09 09:05
  • 댓글 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정부는 ‘한·미 FTA로 달라지는 우리 생활’이라는 책자를 내놓았다. 수입 관세의 인하 등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경감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책자였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수입업협회와 함께 조사한 ‘한·미 FTA 발효, 미국산 수입품 가격 동향’이라는 자료에서 그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있었다. 도매가격이 7%, 소매가격은 6.3%의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와인과 맥주의 소매가격은 평균 13%, 과일과 견과류는 9.6%, 육류·어류는 7.7%, 주스·음료는 7% 인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대한상의도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발표하고 있었다. 유통업체의 54%가 수입상품 판매가격을 내리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였다.

한·미 FTA에 대한 전망은 더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은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5.66% 증가하고, 일자리 35만 개 창출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한·미 FTA는 이렇게 대단한 협정이라고 했다. 일자리를 늘리고, 나라 경제를 성장시키고, 물가는 떨어뜨리는 협정이었다. FTA는 그야말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헤치고 살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를 실감하는 국민은 아마도 ‘별로’다. 수입과일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입과일 가운데 35%를 차지한다는 바나나의 수입 물량은 2010년 33만8000t에서 2015년 36만3000t으로 7.6%가 늘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수입 금액은 같은 기간 동안 2억1000만 달러에서 3억2000만 달러로 50.7%나 늘어나고 있었다. 수입단가가 더 빨리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FTA 덕분에 돈 좀 번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13개 국가 주요 도시의 물가를 비교, 올해 초 밝힌 자료에 따르면, 수입과일 9개 품목의 가격이 ‘상위 5등’ 안에 들었다고 했다. 수입 파인애플 가격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13개국 가운데 1등이었다. 수입포도와 바나나, 자몽, 체리의 가격은 2등이었다.

일자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10개 국책연구기관이 ‘이구동성’으로 일자리 35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민은 FTA 덕분에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좀처럼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고용절벽’이었다. ‘청년실신’이었다. FTA가 국민의 민생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이랬던 한·미 FTA를 개정하게 생겼다며 정부가 비상이다. 지난번 대통령 미국 방문 때 수행했던 경제인단이 “향후 5년 간 미국에 공장 설립, 설비 확충 등 128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투자 외에도 항공기 구입 등 5년 동안 224억 달러 구모의 구매도 하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많은 ‘성의 표시’를 했는데도 FTA 개정이다.

미국이 FTA를 개정하자고 압박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FTA 덕분에 이익을 챙긴 것 같기는 했다. 그래서 FTA를 다시 따져보자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이익을 챙긴 게 민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듯했다. FTA의 개정도 민생과는 어쩌면 무관한 개정이 될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함께 양국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증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김형근 칼럼] 장제원 의원, 다음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인가?[김형근 칼럼] 장제원 의원, 다음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인가?
[청년과미래 칼럼]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청년과미래 칼럼]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