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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FTA 개정협상 돌파구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끝내 한국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착수키로 합의하면서 효과부터 먼저 분석하자는 우리 측이 기존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미치광이 전략’을 앞세워 ‘폐기’까지 언급하며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블러핑(엄포)’에 말려들었다. 하지만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양국의 공조가 주목되는 시점에서 이를 막을 현실적 대안이 마땅하지 않아 수세적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이익의 균형’을 확보하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지만 왠지 공허해 보인다.

향후 전개될 협상결과에 따라 그동안 대미 무역흑자의 최대요인으로 지적됐던 철강, 자동차 뿐 아니라 농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발표 첫날부터 야당과 농민단체는 성명서 발표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 측이 쌀 개방도 압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설득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외교와 통상능력이 안팎으로 흔들리는 딜레마에 봉착한 셈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은 미국 측이 양국 무역불균형의 타깃으로 지목된 자동차와 철강분야가 손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9,000만 달러로 우리의 미국 차 수입액 16억8,000만 달러의 9배에 이른다. 철강제품 역시 미국시장 점유율이 2011년 4.9%에서 지난해 기준 8.0% 상승했고 한국의 대미 흑자는 2.5배 확대됐다. 이들 분야의 무관세원칙이 관세부과 원칙으로 변경된다면 가격경쟁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농업분야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1차 한미 FTA 공동위에서 우리정부에 농산물 수입관세 즉시철폐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공동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15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쌀을 비롯한 고추, 마늘, 양파 등 양허품목에 대해 농산물 관세를 당장 없앨 것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를 5~10년 더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법률 등 서비스 시장의 추가개방 요구도 예상된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시장 추가개방을 통해 상품 무역적자를 통해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등 서비스교역에서 미국의 대한(對韓) 흑자는 2011년 69억 달러에서 작년 101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허용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 측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서비스분야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분야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이다. 삼성, LG 세탁기에 의해 미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과 LG는 현지투자와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통상전문가들은 한미 FTA 개정협상이 큰 폭의 전면적 협상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형식상으론 폐기가 아니지만 수출지원을 위한 환율조작 금지조항 도입 등 이른바 ‘트럼프 식 자유무역협정’으로 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까닭에 북핵문제와 중국과의 사드마찰 등 산적해 있는 외교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맞이하는 이번 개정협상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북핵을 머리에 얹고 있는 한 트럼프가 마구잡이로 던지는 ‘블러핑’에 맞설 배짱은 없어 보인다. 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그런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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