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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국화의 계절, '국화와 칼'을 다시 생각한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10.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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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 칼럼니스트

국화의 계절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진 국화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충절을 의미하는 사군자 가운데 하나다. 겨울의 매화, 봄의 난초, 여름의 대나무, 그리고 가을의 국화는 충절의 군자(君子)를 상징했다. 서릿발이 심한 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의 의미인 오상고절(傲霜孤節)이 바로 국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의 나라꽃은 벚꽃이다. 그러나 국화는 왕실의 꽃이다. 문장(紋章)으로서의 존엄성을 나타낸다. 왕가는 16화판의 팔중국(八重菊)이며 왕족은 14화판의 이국(裏菊)으로 되어 있다. 화판(花瓣)은 꽃잎을 말한다. 일본의 일등 공로 훈장도 국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는 흰 바탕에 동그라미가 가운데 그려져 있고 사방으로 붉은 줄 열여섯 개가 빛살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 욱일기가 일장기처럼 해가 뜨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가 아니라 둥그런 꽃술 다발 주위에 열여섯 장의 꽃잎을 가진 국화를 그린 것이다. 바로 신격화된 천황의 상징이다. 12세기경부터 일부 천황들이 이 국화를 문장으로 사용하였으나 정식으로 왕실 문장으로 결정한 것은 1869년(명치 2년)의 일이다.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 이른 1944년 6월 당시 전세는 완전히 미국에게 유리하게 기울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인, 일본 문화에 대한 지식이 거이 전무한 상태였다. 왜 20세기의 최첨단 과학 시대에 신화에서나 볼 듯한 천황을 신으로 받들고 있는지, 왜 천황을 위해서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자살 특공대인 가미가제(神風)가 나올 수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 의문투성이였다.

미국 국무부는 일본이 항복 후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한 보고서를 집필해 줄 것을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에게 부탁을 했다. 당시 베네딕트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연구하다가 1943년 국무부 산하 전시정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주요 임무는 교전상대국의 문화적 특징을 연구하여 미군의 전쟁 수행 또는 전후 대응에 도움을 주는 일이었다.

베네딕트는 일본에 직접 간 적은 없었다. 다만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 이민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미국 내의 일본학 연구자들과 협력을 얻어내고 영화, 도서 등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렸다.

일본 왕실을 의미하는 국화는 일본인의 예술성, 예의, 충, 효 등 아름다움을 의미하며 그와 대조되는 이미지의 칼은 일본인의 무(武)의 상징인 사무라이에 대한 숭상을 나타낸다. 바로 이 보고서가 종전 후 미국의 대일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국화와 칼>이다.

모든 전쟁에서 패전국의 수장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자살, 또는 타살로 생을 마감했다. 반면 히로히토(裕仁)는 개인적 안전만이 아니라 대대손손 영속까지 보장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대대적인 미국의 원조를 받아 경제 대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바로 국화와 칼이라는 물건과 상징을 통해 일본 문화를 파헤친 <국화와 칼>의 힘이었다.

언뜻 보기에 평화를 상징하는 국화와 전쟁의 칼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베네딕트는 일본인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 가꾸기에 몰두하는 국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칼을 숭배하고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본인의 섬세한 미적 감수성과 동시에 잔혹한 폭력성이라는 모순적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미국을 부추겨 한반도의 긴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한 긴장을 조성해 미국을 대신해 패권을 차지하려는 의도다. 각종 훈련을 실시하는 등 ‘칼’을 앞세워 무력을 시위하고 있다. 그러나 가을의 국화는 예나 지금이나 그저 아름다운 자태와 함께 그윽한 향기를 선사할 뿐이다. 벚꽃에 무슨 죄가 있으며 국화 또한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사람에게만 죄가 있을 뿐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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