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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계개편 신호탄 쏘아올린 안타까운 바른정당의 파국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창당됐던 바른정당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지난 1월2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출발을 한 지 286일만이다. 바른정당은 창당 당시 무너진 보수 세력을 재건할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탄생해 한때 33석의 의석으로 의회권력의 ‘캐스팅보트’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게 했다. 그러나 탄핵정국에 이은 19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선택을 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12명의 의원이 1차 탈당을 감행하면서 턱걸이로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6일 김무성 의원과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9명이 ‘보수대통합’이란 명분을 내세워 추가탈당 하면서 의석수가 20석에서 11석으로 줄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바른정당은 전날 '11·13 전당대회 연기 및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 중재안을 놓고 마지막 의원총회를 개최했지만, 통합파와 자강파의 현격한 입장차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파국을 맞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3개 교섭단체 체제로 전환되게 됐다.

이러한 바른정당의 분당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친박이라는 정치기반과 대구·경북이라는 지역기반을 분리할 수 없는 정치 환경에서 생존공간이 좁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탈당한 통합파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길이 결코 꽃길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개혁보수의 새 길을 가겠다는 뜻을 저버리고 현실정치에 굴복했다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또한 한국당에 복귀하더라도 '배신자'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한국당이 새롭게 선임한 지역구 당협 위원장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이들이 내세운 ‘탈당의 변’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으며, 국정폭주와 과도한 ‘포퓰리즘’을 자행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정부를 과거에 발목이 잡혀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보수의 갈등과 분열을 즐기는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보수대통합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의 진정한 혁신을 외치며 당을 떠난 이들이 옛날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당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을 받아들임으로서 한국당의 의석수는 116석으로 늘어 원내 제1야당의 자리를 굳히게 됐다. 하지만 ‘당 대 당’ 통합이 불발되고 일부 의원들만 들어오게 됨으로서 효과는 반감됐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철새 정치인 몇 명을 영입해서 의석수는 늘렸지만 민심을 얻는 데는 실패한 ‘소탐대실’의 전형이라며 비판론을 제기한다. 지지율 역시 수도권 보수층을 중심으로 소폭 오르기는 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출당조치 여파로 대구·경북에서 빠지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의원을 구심점으로 한 바른정당 자강파는 국민들에게 약속한 길을 가겠노라며 다짐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원내 1당 복귀를 노리는 한국당의 집요한 영입작업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정책연대나 통합작업을 할 수밖에 없지만 민주당 합류를 바라는 국민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민주당도 원내 1당을 유지하려면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 일부를 다시 영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바른정당 잔류파와 국민의당 잔류파가 합당해 새로운 3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바른정당이 절반으로 쪼개지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향후 정국의 유동성이 더욱 커졌다. 결국 보수야당을 넘어 여권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본격적인 정계개편 및 합종연횡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은 한국당과 민주당의 대립구도가 선명해지면서 국민의당과 자강파 중심의 바른정당의 선택이 정국의 주요 고비 고비마다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문재인 정부 주요 개혁정책 과제의 성패도 달라질 수도 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뜻과는 다른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냉엄하게 표로 심판할 것이다.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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