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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20년] 사라진 대우-쌍용그룹의 교훈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옛 대우그룹의 본사

[아시아타임즈=천원기 기자] 한국경제의 최대 시련기로 꼽히는 1997년의 이른바 'IMF 사태'는 재계 지형도 크게 바꿔 놨다. 김우중식 '세계경영'으로 대표되는 대우그룹의 해체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연명하던 한국경제를 고사 직전의 벼랑 끝까지 몰았다. 그 후 20년, 한국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앞에서 다시 숨죽이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IMF 사태를 겪으면서 30대 그룹 가운데 11곳이 해체됐다. IMF 발생 직후인 1998년 재계 3위였던 대우그룹을 비롯해 쌍용(7위), 동아(10위), 고합(17위), 진로(22위), 동양(23위), 해태(24위), 신호(25위), 뉴코아(27위), 거평(28위), 새한(30위) 등 한국경제를 이끌던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대우-쌍용은 왜 사라졌나…"기업 본업에 충실해야"

왜 'IMF 환란'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빠르게 진행된 문어발식 경영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그 당시 기업들은 과다한 차입경영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켰다"며 "그 결과 쌍용, 동아 등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건설업 위주의 그룹이 해체됐고, 대우도 방만 경영으로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8년 10% 미만이었던 기업의 자금부족률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17.9%까지 상승했다. 기업이 돈 없이 사업을 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실제 대우그룹은 199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매출 500대 기업 중 18위에 선정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룹 총수였던 김우중 회장의 일대기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회자될 정도였다. 하지만 무리한 차입으로 빚더미에 올랐던 대우는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 쌍용그룹 역시 정유, 해운, 중공업, 자동차 등 사업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쌍용양회마저 무너트리고 말았다.

기존 내수 기반의 산업구조를 탈피해 본격적인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말았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인공지능(AI), IT 등으로 대변되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IMF를 겪으며 사라졌던 그룹처럼 '한국경제호(號)'에서 낙오할 수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처럼 본업에 충실하는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살아남을 것"이라며 "원래의 본업에서 기업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 IMF 사태 막으려면…정부, 기업 성장 막는 규제 풀어야

정부는 'IMF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IMF 사태 이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이 같은 기류는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장하성·김상조 교수가 문 대통령의 대기업 깨기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제2의 IMF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보다는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종합적인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압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소수지분으로 정권을 휘두른다"는 반(反)기업 정서를 정부가 앞장서 설파하는 것은 최소화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IMF 이전의 잣대로 현재의 기업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IMF 이후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급격히 늘면서 기업 경영이 투명해 진 것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역설적이게도 그룹 총수가 경영권이 흔들리면 지분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을 줄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는 수두룩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진행된 총수에 대한 견제, 사외이사 비율의 확대 등 각종 재벌정책이 기업의 성과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IMF 이후 기업 변화(출처=CEO스코어데일리)

천원기 기자  wonki@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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