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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 행간 속에 감춰진 의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24년 만에 8일 한국 국회의사당에 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설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중단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 등 한국에 대한 이해도 과시했다. 34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우려와 달리 돌발발언은 없었다. 한미FTA 재협상,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북한에 대한 체제 비판과 비핵화 요구 관련 발언도 과거와 달리 정제된 표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행간을 보면 그가 방한한 이유와 지향점이 분명히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서두에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군사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하에 양국 간 통상관계를 개선하는 부분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통상관계 개선에 대한 생산적 논의’란 발언이다. 이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미FTA 개정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의 상품을 구매하고 투자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수천억 원을 들여 가장 새롭고 발전된 무기체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꺼냈던 ‘수십억 달러 무기구매 약속’을 새삼 환기시키며 이를 분명히 못 박았다. 아울러 "한국이 너무나 성공적인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발언했다. 이 또한 단순한 군사동맹 관계를 넘어 한국의 국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만큼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11분 째부터 북한을 처음 거론하며 ‘김정은 체제’를 강도 높은 어조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장시간 노동과 기근으로 인한 주민사망, 영양실조, 독재자 우상화 등을 관련 통계수치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며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거론하며 “우리를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며 북한의 도발에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북한이 도발하면 체제붕괴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초고강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전날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직접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라 더욱 주목된다. 외교전문가들은 인권 등의 이슈를 언급해서 도덕적 차원에서도 북한을 비방함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협상 프레임에 쉽게 들어가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표현은 매우 부드러웠지만 북한의 인권을 강조하고, 북한의 고립을 언급하면서 우리정부의 대화를 앞세운 대북정책의 변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전 세계를 향해 북한체제의 압박 및 고립을 강조하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핵 참화로 세계를 위협하는 체제를 관용할 수 없다. 책임 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한다"며 어떠한 형태의 지원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에게도 유엔안보리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체제와의 외교관계를 격하시키고 모든 무역관계의 단절을 촉구했다. 이는 곧 있을 미중정상회담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회연설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한미FTA 개정문제 등을 강하게 주장하는 대신 이 같은 북한의 실상을 빼곡히 언급한 것은 북한과 우리정부를 향해 동시에 메시지를 주려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더할 나위없는 좋은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이는 너무 성급한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좌충우돌하는 캐릭터를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다. 기업인 출신답게 누구보다 손익계산에 능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기간 중 언급한 발언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그 행간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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