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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늙어가는 한국, 노년의 불행 막을 안전장치 필요하다

지난주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운지를 반증하는 국내외 조사발표가 나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갈수록 건강수명은 늘어만 가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소득은 늘지 않고 있어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어서 노인빈곤은 심화되어만 가고 있다.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은 실질적으로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은퇴 후 적은 종자돈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성공의 확률은 극히 낮기만 하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非)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에 참여한 685만7,000명 중 60대 이상 고령자가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그 비중이 30%에 육박하면서 10년래 최고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셋 중 한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란 얘기다. 이는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됐지만 퇴직 후 임금노동자로 재취업하기 어려워지자 급하게 호구지책으로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들이 나이 들어서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노후소득이 없거나 부족해서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령층 중 지난 1년간 연금 수령자 비율은 45.3%에 불과했다. 둘 중 한명은 아예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연금소득이 있는 경우도 월평균 수령액이 평균 52만원 수준에 불과해 길고 긴 노후생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나 임금이 낮은 단순 노무직, 서비스·판매직뿐이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도 55~79세에 해당하는 고령층 취업자 수가 현재 70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만4,000명 증가했다. 이를 10년 전과 비교하면 일하는 고령층이 무려 271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들 고령층이 종사하는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65세 이상 비정규직 종사자 수는 지난 2010년 88만7,000명에서 지난해 146만,9000명으로 급증했으며, 비정규직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2.8%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노년층의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해외의 통계지표도 있다. 지난 8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모두 실질 은퇴연령이 가장 높은 나라로 조사됐다. 한국 남성은 프랑스 남성 대비 13.5년, 여성은 슬로바키아 여성 대비 12.4년 일하는 기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젊어서 가장 많이 일하는 한국인이 퇴직 후 나이가 들어서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년이 되어서도 쉴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최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일 OECD가 내놓은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 율은 60.2%로 비교 대상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OECD는 회원국 중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국가는 일본이지만,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는 한국이라고 지목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는 2020년부터 매년 약 73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순차적으로 65세에 도달하게 된다. 65세면 대부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할 연령임을 감안할 때 상당수 중산층 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는 주된 직장에서의 근로소득 단절 이후 마땅한 노후 소득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렇듯 굳어져가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고령자의 실직 및 장기실업에 대처하고, 고령자의 취업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더불어 노년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연금제도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연금보호범위를 확대해야 만이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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