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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가 사재기꾼인가[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11.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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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재기하다 적발되면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의 90%로 올리는 개소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했다.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했지만, 담뱃값 오르기 전에 조금 사두려는 ‘골초’는 난데없는 ‘범법자’가 될 판이다.

‘금연아파트’에서 담배를 몰래 피우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곳곳이 금연구역인데 골초들은 담배를 더욱 움츠리고 피우게 생겼다.

다음 달부터는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이다. 당구장만 2만2000개에 달한다는 보도다. 적발되면 과태료다.

담뱃값을 한꺼번에 자그마치 80%나 올리고 담뱃갑에 ‘경고그림’ 또는 ‘혐오그림’을 넣어도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국민 건강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정부가 ‘징역형’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내놓은 듯했다.

그렇지만, 담뱃값을 올려도 담배를 끊으려는 국민은 애당초 많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에서 담뱃값이 한 갑에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담배를 끊겠다’는 응답은 32.2%에 불과했다. ‘계속 피우겠다’는 응답이 절반 넘는 51.6%였다. 16.1%는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부는 담뱃값을 대폭 인상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담뱃값 인상 이후 떨어졌던 남성 흡연율이 지난해 40.7%로 다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흡연자 중에는 소득이 없는 실업자도 있고, 부모 등에게 용돈을 타는 ‘백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면 ‘구걸’을 하거나 훔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부모의 지갑에서 담뱃값을 슬그머니 ‘도둑질’하는 경우도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정말로 알뜰하게 챙기려는 마음이 있다면, 차라리 담배의 생산 자체를 규제할 일이다. 담배의 생산을 아예 막아버리면 골초들이 담배를 피울 재간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 생산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담배의 수입도 엄금할 필요가 있다. 밀수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과거의 ‘양담배 단속’과 같이 단속요원을 대대적으로 확보, ‘담배파파라치’를 운영하면 담배를 더욱 빨리 근절시킬 수 있다. 대마초처럼 단속하면 된다. ‘담배파파라치’는 당면 현안인 ‘고용’ 증대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오래 가지 않아 대한민국 안의 담배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잎담배 재배농가에게는 합리적인 보상을 통해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담배 제조업체인 KT&G에게는 담배사업을 포기하고 인삼만 취급하도록 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미성년자 흡연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저절로 사라질 수 있다. 담배가 사라지면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등의 구차한 정책도 필요 없을 수 있다. 국민을 ‘사재기꾼’이나 ‘범법자’로 몰지 않아도 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수입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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