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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인재난?[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11.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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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때 저수량(褚遂良·596∼658)은 이름 좀 많이 날리던 ‘글쟁이’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서예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저수량이 선배인 우세남(虞世南·558∼638)을 찾아가서 물었다.

“내 글씨를 구양순 선생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구양순(歐陽詢·557∼641)은 유명한 왕희지(王羲之)의 서체를 익혀서 독특하고 힘찬 글씨체를 이룩한 사람이었다. 붓을 따지지 않고, 아무런 붓이나 종이를 가지고도 글씨를 기막히게 잘 썼다.

반면 저수량은 붓이나 종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글씨를 쓰지 아예 않았다. 말하자면, 글씨가 잘 안될 것 같으면 ‘붓 탓’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저수량이 글씨를 비교하려고 든 것이다.

우세남이 저수량에게 한마디해줬다.

“내가 듣기에 구양순 선생은 글씨를 쓸 때 종이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가지고도 마음먹은 대로 썼다고 한다. 자네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네는 아직 손과 붓이 굳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라고 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글씨를 쓰면서 붓이나 종이를 따지는 사람은 ‘서예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 우세남의 충고를 들은 저수량은 입을 다물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 고르는 붓 솜씨’가 대충 까다로운 듯 보이고 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붓’만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지나치게 가리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주고 있다.

이번에 임명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포함,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고위공직자가 벌써 5명이라고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홍 장관이다.

야당에서는 ‘오기 정치’, ‘홍탐대실(洪貪大失)’이라는 비판이다. 문 대통령은 비판을 의식한 듯, “정말 참, 사람 일이 마음 같지 않다”면서도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출범 첫해다. 지난 기간보다 남은 기간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시작부터 인사 때마다 ‘반대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앞으로도 마찰이 빚어진다면 국정 수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껄끄러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인재난’도 드러나고 있다. 뽑을 만한 인재가 많지 않은 듯싶은 것이다. 그럴 경우, 국민은 불안해질 수 있다. 나라를 이끌 사람이 적은데 불안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조선시대 말에도 비슷한 ‘인재 부족 현상’이 있었던 것 같았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그 이유를 이렇게 꼬집고 있었다.

“인재를 얻기 어렵게 된지 오래되었다. 온 나라의 영재들 가운데에서 발탁을 해도 부족할 텐데 오히려 영재의 8∼9할을 버리고 있으면서 어떻게 인재를 구할 것인가. 소민(小民)이라며 등용하지 않는다. 해서(海西), 개성(開城), 강화도(江華島)사람이라며 등용하지 않는다. 관동(關東)사람과 호남(湖南)사람은 절반을 등용하지 않는다. 서얼도 등용하지 않는다. 북인(北人)과 남인(南人)은 등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면서도 등용하지 않는다. 등용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십 가구의 문벌 좋은 사람뿐이다. 그나마 그 중에서도 무슨 사건에 연루되어 등용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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