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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타협보단 원칙이 우선

운용자산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하는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이 ‘행동하는 주주’가 되겠다며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내년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게 되면 국민연금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국민연금을 뒤따를 것으로 보여 향후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분을 많이 가진 국민연금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혹시 ‘경영간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에서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대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처럼 기관투자자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해외 20여개 선진국에서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이 제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에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투명성 제고차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도입 움직임이 일었다.

국민연금이 건전한 시장 감시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주주권행사 강화카드를 꺼내 든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3년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의 주주권·의결권 강화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었다. 당시 복지부는 경영성과가 저조하거나 지배구조가 취약한 투자기업을 ‘중점감시 대상’으로 지정해 지배구조개선을 추진하고, 경영진이 주주권을 훼손할 때는 주주대표소송에도 나서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 위탁운용사도 이 같은 의결권 행사지침을 따르도록 했다.

2016년에는 전담팀을 꾸려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 관리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이른바 ‘포커스 리스트(Focus List)라 불리는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외부에 공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실을 보지 못하고 결국 흐지부지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에는 항상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많은 지분을 가지고도 주주로서 제 구실을 못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오명은 국민연금이 자처한 측면이 크다. 주총에서 횡령·배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사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민감한 사안에 기권하거나 중립의사를 밝히기 일쑤였고, 반대의견을 내는 경우도 적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상장회사의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공시한 기관투자자 중 대표 격인 국민연금의 반대율은 10%를 조금 넘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533개 상장사의 정기주총에서 3,607개 안건 가운데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은 411건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낮다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금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자금보다 더욱 엄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해마다 국민연금의 투자성적이 증권시장 수익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75개 종목 올해 수익률은 작년 말 종가대비 평균 16.91%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코스피(22.15%)와 코스닥지수(24.75%)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증시에선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위한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기업가치 상승과 투자수익률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펴면서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고질적인 한국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요소가 해소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벌써부터 제도운영의 전문성과 독립성 등에 대해 의구심부터 제기하기도 한다. 재계 역시 ‘경영권간섭’과 ‘연금사회주의’를 빌미로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원칙이 확고한 국민연금의 운용방법 개선은 당면과제다. 이번만큼은 타협을 빌미로 누더기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아시아타임즈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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