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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자제령'[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12.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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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과 연횡’ 중에서 ‘합종책’으로 유명한 옛 중국의 소진(蘇秦)은 ‘말솜씨’ 하나로 출세한 사람이다. 단지 ‘세 치 혀’만 가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며 세상을 설득해 ‘합종책’을 성사시켰다. 그 덕분에 자그마치 ‘6개국의 재상’을 겸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말재간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달변가’인 소진도 실패한 적이 있었다.

소진은 일찌감치 말재간으로 출세하겠다며 재산을 모두 팔아 마련한 돈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그러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곳은 전혀 없었다. 결국 실망한 채 돌아와야 했다.

소진이 맥 빠져서 돌아오자 어머니는 아예 돌아앉아 버렸다(回座). 베를 짜던 아내는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았다(不下機). 형수는 밥도 먹여주지 않았다(不爲炊). ‘찬밥’이 아니라 찬밥조차 얻어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생업을 버리고 말로 먹고살려고 하니까 그 꼴이 되는 것”이라는 꾸중만 들어야 했다.

소진은 이렇게 말재간이 ‘별로’였다. 소진은 이후 노력을 ‘엄청’ 많이 했다. 수십 권의 책을 읽었다. ‘태공망 병법’을 공부할 때는 졸음을 피하려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 결과, 마침내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췌마술(揣摩術)’이라는 것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늘날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모두 ‘달변가’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눌했던 사람도 정치판에 끼어들면 말재간이 좋아진다. 그런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좀 예외다. 말재간을 별로 연마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달변’이 아니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말실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는 말이 살벌하니 오는 말이라고 우호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정치판에서는 잊을 만하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 바람에 요란해지고 있다.

그게 심했다 싶었던지, 정치판 스스로도 자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당직자들에게 ‘막말 자제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제령’은 홍 대표 스스로에게 먼저 내렸어야 좋았다. 홍 대표는 ‘말실수’를 했다가, ‘기억의 착오’라는 멋진 말까지 고안해냈을 정도였다.

청와대도 ‘자제령’ 비슷한 것을 내리고 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내린 ‘주의 조치’다. 문 대표를 “상대해서 될 사람이 아니다”고 비판하자, 청와대가 ‘주의’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송 장관은 또 말실수를 하고 있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 장병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성희롱 닮은 발언 때문에 ‘설화’에 휩싸였다는 보도다.

어떤 종교인이 “종교계에 과세를 한다고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난 것”이라는 막말을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 종교인은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다 구속되었는데 유일하게 안 된 사람이 문재인”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정치판과 장관에 대한 ‘자제령’은 내려졌지만, 종교인에게까지는 ‘자제령’이 통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중국 지도자 모택동이 한 말이 있다.

“귀는 열린 채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입은 닫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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