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VIEW 칼럼 조재오의 잊지 못할 그 맛
[조재오 칼럼] 소머리 국밥
  •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 승인 2017.12.05 10:29
  • 댓글 0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Margaret Mead(1901~1978)는 소고기를 부위별로 세분해 먹는 민족으로 Ethiopia의 Bodi족에 이어 한국인을 꼽았다. 육식이 주식인 영국이나 미국이라고 해도 소고기를 이용하는 부위가 40부위를 넘지 않고, 소고기를 다양하게 즐긴다는 Bodi족조차 51개 부위지만 한민족은 그 두 배가 넘는 무려 120여 부위로 분리해 먹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과히 타 민족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 민족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위로 소고기를 즐기는 미각문화를 지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살치, 꾸리, 채끝, 토시, 수구레, 우랑, 우설, 설깃, 업진…… 이 별난 이름들은 모두 소의 부위별 명칭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등심이나 갈비, 안심, 사태 등 살코기는 물론 간, 곱창, 대창 등 내장 부위와 소머리, 꼬리, 우족, 도가니까지… 소의 울음소리, 하품, 방귀소리만 빼고 다 먹을 정도였다. 우리말 사전에 명시된 소 부위만 100여 가지에 이르고,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가 인정할 정도로 우리 민족은 소고기를 120부위로 세분화해 먹는다.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는 소의 뇌를 요리한 두골탕이 올랐고, 전통 있는 종가에서는 우족을 젤리처럼 굳혀 한우족편을 겨울철 별미로 즐겼다. 소가죽 안쪽에 붙은 지방육인 수구레를 긁어 먹고, 척추뼈에 든 등골까지 빼먹고, 그뿐 아니라 소의 생식기인 우랑과 우신을 넣은 우랑탕을 보양식으로 즐겨왔으며 소 등골까지 뽑아 먹었으니 우리 민족의 음식 문화는 실로 놀랍다.

오래 전, 지금은 망해서 흔적도 없어진 알프스 스키장 회원권을 장만하여 여름 겨울 휴가철에는 빠짐없이 설악산과 동해안 북쪽 바닷가를 누비고 다녔었다. 예전에는 좁고 구부러진 길이, 더구나 휴가철에는 교통체증으로 길이 막혀 도로는 그야말로 거대 주차장(?)으로 변하여 도대체 꼼짝하지를 않고 굼벵이걸음보다 못한 속도로 기어갈 정도여서 서울에서 한계령 스키장까지 서너 시간에 갈 거리를 열두 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도착했던 때도 있었다.

스키를 탄 뒤 돌아오는 길 또한 부지하 세월을 보내며 짜증이 폭발할 지경에야 겨우 양수리에 도달할 때쯤이면 서울이 가까워서 한결 마음이 가볍고 배도 출출하고 더구나 차안에서 몇 시간을 보냈으니 답답하고……. 이때 생각나는 것이 뜨거운 국물 있는 것 뭐 좀 먹고 가자 해서 들리던 집이 양수리 다리 밑의 소머리 국밥집이었다.

식탁 등 가구도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정작 나오는 소머리국밥은 뽀얀 국물에 졸깃졸깃한 소 껍질이 씹히는 감촉은 식감도 좋고 맛 또한 구수하여 커다란 깍두기 조각을 얹어 밥 말아먹는 소머리 국밥의 맛은 과히 일품이었다.

소머리 국밥집을 찾아다니느니 아예 소머리를 구해서 집에서 해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소머리 고기를 두개골과 박리하여 파는 곳이 있다는 곳을 수소문하여 구하게 되어 쾌재를 부르게 되었다. 소머리 고기를 사서 기름기와 부산물을 말끔히 제거하고 큼지막한 들통에 마늘, 파, 생강, 양파, 무 등을 듬뿍 넣고 몇 시간을 고아 고기가 푹 삶아 질 때쯤 건저 내어 맵시 있게 썰어 내고 양념으로 입맛을 맞춘 후 국물과 토렴하여, 세 돌 지난 손녀의 표현대로 ‘쫀득이’ 식감을 전 가족이 함께 즐기고 있다. 필자의 집에서는 소머리 국밥이 흔한 음식(?)에 속하여 가족들이 귀한 것을 모르고 있다. 물론 주방을 어지럽힌다는 주방보조(?)인 내자의 잔소리쯤은 ‘쇠귀에 경 읽기’의 경지를 지나친지 오래다.

요즈음 같이 코끝이 빨갛게 얼 정도도 추워지는 날씨에 소고기 편육에 따끈한 소머리 국밥 한 그릇 그리고 거기에 겉들인 소주 한 잔이 은근히 생각난다.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jaeocho@hanmail.net

<저작권자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jaeocho@hanmail.net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증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김형근 칼럼] 계란 투척, 민주주의와 함께한 역사적 산물[김형근 칼럼] 계란 투척, 민주주의와 함께한 역사적 산물
[사설] 정부의 평창 동계올림픽 ‘희망가’가 왠지 불편한 이유[사설] 정부의 평창 동계올림픽 ‘희망가’가 왠지 불편한 이유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