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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마시는 술[이정선의 까칠토크]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7.12.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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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아주 쉽게’ 풀이했다.

“아름다운 미녀 옆에 앉아 있으면 1시간이 지나도 겨우 1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뜨거운 난로 옆에 있으면 1분이 1시간처럼 생각된다. 바로 이것이 상대성원리다. 의심스러우면 실험해 봐도 좋다.”

까마득한 옛날에도 아인슈타인과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순우곤(淳于髡)이다.

초나라가 갑자기 제나라를 침략해왔을 때였다. 제나라 임금 위왕(威王)은 말재간이 뛰어난 순우곤을 부랴부랴 조나라에 파견, 구원병을 요청했다. 순우곤이 구원병을 이끌고 돌아오자 초나라는 군사를 철수시켰다.

덕분에 위기를 넘긴 위왕은 ‘축하파티’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순우곤에게 물었다.
“그대는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는가?”

순우곤이 대답했다.
“들쭉날쭉합니다. 한 말로도 취하고, 한 섬으로도 취할 수 있습니다.”

위왕은 의아스러웠다.
“한 말로 취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섬을 들이킬 수 있는가?”

순우곤이 다시 대답했다.
“주량은 함께 마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법입니다. 임금과 같이 마시면 황송한 분위기에 눌려서 한 말밖에 마실 수 없습니다. 반면, 친구들과 마실 때는 2∼3말, 또는 5∼6말도 가능합니다.”

순우곤은 그러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미녀와 함께할 때 가장 많이 마실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비단옷 자락이 풀어지면서 은근한 향기가 풍겨올 경우, 한 섬도 거뜬합니다.”

술을 기분 좋게 마시면 주량이 늘어난다는 얘기였다. 친구와 마시면 5∼6배, 미녀와 마시면 10배로 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순우곤의 말은 ‘밝힘증’이 있는 임금에 대한 완곡한 충고이기도 했다.
“술이 극도에 달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도에 달하면 슬퍼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나라가 쇠약해질 수 있습니다.”

위왕은 이후부터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철야음주’를 자제하기로 했다. 그리고 술을 마실 때면 반드시 순우곤을 불러서 자기 옆에 앉도록 했다.

며칠 전 보도에 따르면, 예쁜 여성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미녀대출’이 중국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신용과 부채의 과다를 불문하고, 만 18~28세인 미모의 여성에게만 대출을 해준다는 ‘희한한 대출상품’이다. 예쁠수록 대출 금액이 높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함정’이 있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술시중’을 들어야 하는 조건이다. 대출을 해주는 사람들은 어쩌면 순우곤처럼 주량을 10배로 늘려볼 작정인 듯싶었다.

지난달, 취업포털 커리어 조사에 따르면, 월급쟁이 가운데 41.8%가 자신의 주량을 ‘소주 2병’이라고 응답하고 있었다. 47.6%는 입사한 후 주량이 늘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월급쟁이들은 그렇지만 64.2%가 ‘술자리 다음 날 후유증을 겪는 편’이라고 털어놓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속이 좋지 않고,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등이다. 회사에 지각하거나 결근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연말연시 ‘음주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월급쟁이들이 과다한 술자리에서 버티려면 ‘미녀’와 함께해서 주량 좀 늘릴 일이다. 다만, 조심할 게 있다. ‘미녀’라는 표현은 ‘여성 비하’일 수 있다. 순우곤과 아인슈타인도 ‘미녀’라는 표현 대신 ‘얼짱’이라고 했어야 좋았을 뻔했다.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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