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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낚시를 안전하게 하는 것, 이 또한 생활 속 적폐청산이다

등산과 함께 우리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레저인 낚시가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수요가 늘면서 낚시 인구는 700만 시대를 맞았다. 이 중 절반 정도가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한다. 낚싯배는 전국적으로 4500선, 연간 이용객은 343만 명에 이른다. 이는 2013년 195만 명에서 3년 만에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번 15명의 안타까운 사망자를 낸 영흥도 낚시어선 ‘선창1호’ 전복사고에서 보듯 그에 걸 맞는 안전시스템은 전혀 갖춰지지 않고 있어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낚시 배 사고는 어선 업체의 안전 불감증과 낚시꾼들의 무리한 운항요구 등으로 2013년 77건, 2014년 86건, 2015년 206건으로 매년 급증세다. 영흥도 사고처럼 충돌로 인한 사고도 10건 중 1건 꼴이다. 그러면서 인명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에서 낚시어선이 뒤집혀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돌고래호’ 사고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6일 에도 제주항 인근에서 낚시어선 2척이 충돌해 6명이 다쳤다. 지난달 25일에는 여수 해상에서 낚시어선과 소형선박이 충돌해 1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같이 사고가 빈발하는 까닭은 낚시어선 업에 뛰어드는 어민들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승객들이 선호하는 출항시간과 물때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어선들이 한 군데로 몰리거나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다. 한 선박 전문가는 “낚시어선들은 무조건 고기가 잡히는 물때를 맞춰야 해 주변을 살피지 않고 부주의하게 운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낚시동호인들도 선호하는 시간대가 비슷하다 보니 배들이 아슬아슬하게 옆을 지나치는 아찔한 순간도 자주 겪는다고 토로한다.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어민소득 증대와 어촌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낚시어선 업을 진흥하면서도 안전관리와 감독강화에는 소홀, 관련 사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호 사건 이후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선원대상 전문교육 실시, 승선인원 초과 처벌강화 등의 조치가 하달된 게 전부다. 관할 해경서장이 안전운항과 사고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이나 운항 횟수를 제한할 수 있지만 어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게 당국의 어설픈 설명이다.

해경이 이번 구조작업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증거들도 나온다. 고속단정이 야간 항법장치가 없어 10분 거리를 16분 걸려 도착한 데다, 구조요원이 없어 1시간23분이나 현장을 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조대용 고속보트가 없어 육로로 52㎞를 이동한 뒤 민간어선을 얻어 타고 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상 출동·구조 체계가 먹통이 된 사이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늑장 대응을 숨기려고 사고 시각을 오전 6시9분으로 4분 늦춘 정황도 확인됐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상안전을 위한 해상·선박 관련 보험 등의 가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협 자료에 따르면 선박 관련 정책보험인 어선원보험 중 필수가 아닌 임의가입 대상인 4톤 미만 소형 어선의 보험가입률은 고작 9%에 불과했다. 4톤 이상 선박은 선주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무가입이 원칙이지만, 4톤 미만의 어선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두어 임의가입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낚시인구가 늘어나면서 4톤 미만의 어선 이용객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도시어부’ ‘낚시형제’ 등 낚시예능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레저인 바다낚시가 널리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방송을 보노라면 너울 성 파도에 배가 크게 요동치는 위험천만한 아찔한 장면들도 자주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고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 책임”이라고 말했다. 당장 구난 인력·장비·출동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허술한 낚싯배 출항·검사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 해경의 뼈아픈 자성과 혁신도 시급하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배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 이 또한 생활 속의 진정한 적폐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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