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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괴담 時代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7.12.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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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왜 똑똑한 사람들이 전혀 근거도 없는 음모론을 믿을까? 왜 허위 정보가 널리 유포되고 때로는 폭력 사태로까지 번질까?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보급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친구와 회사 동료 사이에서 가십거리로 떠돌던 ‘썰’(說)이 공론화되고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괴담 시대’, 루머와 사실의 혼재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 쉽다.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온갖 종류의 허위 정보가 떠돌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문제를 깊숙이 고민하는 의식과, 그것의 본질을 가려내는 혜안(慧眼)이 부족하다. 우리의 생각, 특히 정치나 정부, 사회에 관한 생각에는 직접적이거나 개인적으로 얻은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구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건강한 사유의 출발이다. 그런데 의심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된다면 어떨까? ‘나는 의심한다.’가 ‘고로 참이다’로 바뀌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대체로 ‘근거 없는’ 음모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언비어였음이 밝혀진다. 문제는 ‘근거 있는’ 음모론이다. 음모론은 상상력이 빚어낸, 부서지기 쉬운 모래성이 아니다. 그보다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토대 위에 세워진 견고한 요새에 가깝다. 음모론이라는 요새가 정치화되어 특수한 적을 겨냥하는 철옹성으로 변한다면 단순한 믿음이 폭력으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다.

오늘날 정치투쟁, 흑색선전, 뉴스 조작, 스타 학자의 탄생, 대중의 오락 등 음모론을 필요로 하는 곳은 수없이 많다. ‘신종플루’부터 FRB(연방준비은행)와 케네디의 죽음, 1달러 지폐와 프리메이슨의 암호, 양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건과 인물이 음모론의 소재가 되었다. 세계 각국의 문헌과 자료를 토대로 음모론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하는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著者데커]에서 음모론의 10대 특징을 파헤친다.

①반증 불가능하다.
②배후 세력을 찾아내 악마 화한다.
③상대를 낙인찍음으로써 다수의 동조를 얻어낸다.
④눈에 띄지 않은 아주 작은 단서에 주목한다.
⑤두 가지 잘못된 선택지를 제시하고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⑥의심이 제기될 때마다 또 다른 논리를 갖다 붙인다.
⑦사건 발생 시 피해를 당한 그룹과 이득을 본 그룹을 양분화 한다.
⑧또 다른 음모론과 연결된다.
⑨문제의 원인을 복잡하게 만든다.
⑩편집증 적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著者 캐스 선스타인]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논의되면서 끊임없는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제에 관한 글을 모아놓은 의문을 다루었다. 우리는 나쁜 사건이 발생한 후에 두렵거나 화가 난 상태에서 사람들은 사건의 원인을 찾아내어 자신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끔찍한 암살, 경기 침체, 비행기 실종사고 등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 배후에 조종 세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생긴다.

또 한편으로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음모론이 입소문을 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유독 음모론을 믿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어떤 사건에서 음모를 찾아내는 일은 때로는 수수께끼를 푸는 종류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괴담(怪談)은 원래 괴담이설 (怪談異說), 즉 ‘괴상하고 이상한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요괴나 괴이한 내용의 이야기, 즉 괴기문학을 뜻한다. 괴담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펴져 있는 괴담은 UFO, 즉 미확인미행물체에 대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몇 몇 영화(판도라, 해운대, 김광석, 공범자들, 부역자들 등)는 재난과 사회고발, 괴담 및 음모의 소재 영화가 유난히 많아졌다. 이는 어떤 일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정보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 다수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만큼 중대한데, 그 사건의 무게에 비해 정보가 터무니없이 적게 공개되거나, 충분히 중대한 원인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 음모론이 나타난다. 오늘날 문명과 과학이 발달할수록 괴담은 급속히 전파되고 외곡 되어 확산된다. "내가 두려워하는 적은 사슴이 이끄는 사자들의 무리가 아니라, 사자가 이끄는 사슴들의 무리이다."<알렉산더>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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