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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키 속에 숨어 있는 인간 욕망의 허구와 진실
[김형근 칼럼]키 속에 숨어 있는 인간 욕망의 허구와 진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1.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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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그마한 의문을 가져보자. 사귀고 있는 사이든, 부부 사이든 간에 남자는 대부분 자신보다 키가 작은 여자를 선택한다. 그리고 여자는 자신보다 키가 큰 남자를 고르려 한다. 왜 큰 남자이고 작은 여자인가? 둘 사이에 거대한 비밀이라도 숨겨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성생활이 원만해진다는 궁합의 비밀 같은 거 말이다.

신중한 질문에 대해 김빠지는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키 큰 남자와 작은 여자 간의 서로의 선택은 남자가 평균적으로 여자보다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자는 작은 여자를, 여자는 큰 남자를 선택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2009년 7월 영국의 BBC 방송은 1958년에 태어난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키 큰 남성이 여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성의 키가 여성보다 크다” 다시 말해서 키 큰 남성은 여성의 욕망과 선망이 돼서 사회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키가 크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더 사족을 붙이자면 여성들이 키 작은 남자를 선호했다면 아마 남자는 키가 여성보다 더 작아졌을 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힘이 센 것도, 여자들이 힘 센 남자를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며 남자들이 수염이 나는 것도 여자들이 수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또한 남자들이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키가 작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들이 빨리 달리지 못하고, 등산을 잘 하지 못하며, 힘이 세지 않은 것은 남자들이 그런 여자를 매력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일까?

BBC의 연구를 뒤집어 생각하면 틀린 지적이 결코 아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이론은 아니지만 욕망의 진화론이 바로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 교수가 주장한 소위 진화 심리학이라는 이론이다. 성에 대한 사회적 욕망도 생물학적 진화의 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포유류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이에나와 같이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종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고 무겁다. 수컷이 원래 크다는 상식이 생긴 것은 아마 포유류를 관찰할 기회가 제일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류의 경우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암컷이 수컷보다 압도적으로 큰 사례가 상당히 많다.

최근 영국의 한 조사기관이 영국에 거주하는 1만 커플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92.5%가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을 내보면 남자는 177.8cm, 여자는 166.4cm로 나타났다. 무작위 추출한 200쌍 가운데서도 한 쌍만이 여자가 남자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진화심리학이 어떻든 간에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키가 큰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작은 남자에게 그렇듯이 너무 큰 남자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60cm인 여자가 180~190cm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약간 큰 키의 남성이면 족하다.

우리는 키 작은 영웅으로 나폴레옹을 꼽는다. 그는 168cm였다. 영웅호걸로는 작은 키에 속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기준으로 볼 때는 평균에 해당하는 키다.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 부인 재클린과 결혼한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도 키가 165cm에 불과했다.

사회주의 시장원리의 기초를 마련해 중국 사회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작은 거인 덩 샤오핑은 150㎝의 단신이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하늘이 무너지면 키 큰 사람이 제일 먼저 다친다” 신체적 단점을 이겨낸 지혜로운 덩 샤오핑이야말로 아마 여성들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닐까? 지혜가 없는 싱거운 키 큰 남자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키를 크게 만들려고 온갖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글쎄, 타고난 유전적 요인을 후천적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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