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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오 칼럼] 토하(土蝦) 젓
[조재오 칼럼] 토하(土蝦) 젓
  •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 승인 2018.01.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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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냉장고가 우리 생활에 보편화되기 전 예전에는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음식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식재료의 염장이나 발효로 보존하는 방법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특히 젓갈은 발효와 염장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특이한 음식 문화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젓갈의 종류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고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지만 맛과 희소성에서 토하젓만 한 젓갈은 흔치 않다.

요즈음은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어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라도 손쉽게 다녀 올 수 있고 또 전국 어디에서나 우편판매나 택배로 신선한 식재료와 음식을 불과 수 시간 내로 산지에서와 같은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예전에는 향토음식을 타지에서 맛본다는 것이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필자도 광주 조선치대에 근무하면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적잖이 접해 보았었지만, 광주의 한 정식 집에서 처음으로 맛본 토하젓의 맛은 그야 말로 기가 막혔다. 약간의 흙냄새가 나기도 하면서 짭조름하면서 감칠 맛 나는 그 ‘맛’은 그야 말로 일품으로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고 한 숟갈 떠서 밥에 비벼먹는 그 맛은 도저히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토하젓이 임금님께 진상하던 향토음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토하란 민물새우의 일종으로 갑각류 십각목(十脚目) 새뱅잇과에 속한 동물의 한 종으로 몸길이는 3센티미터 가량이고, 몸빛은 투명하며 녹갈색 또는 청록색을 띤다. 이마의 뿔은 길고 수평이며 머리 부분에 여러 개의 가시가 있다. 연못, 저수지, 냇물 등에 살며 여름에 산란한다.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학명은 Paratya compressa이다.

그러나 토하는 생이새우 한 종류만을 말하는 경우도 있고 줄새우, 새뱅이 등 작은 민물새우를 싸잡아 토하라고 부르기도 하며, 각각의 특징적인 형태적 차이는 있으나 일반인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 조선치대에 근무할 당시 동계 방학 중에 학생들을 인솔하여 영암 독천이란 곳에서 진료봉사 활동을 한 일이 있다. 마침 그 기간 중에 재래 장이 열리고 있었고 거기에서 토하를 구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논도랑이나 웅덩이에서 토하를 쉽게 잡을 수 있었으나 지금같이 농약을 대량으로 쓰게 된 이후로는 자연산 민물 새우는 그야 말로 씨가 말라서 구경하기 어렵고 가을철 추수가 끝난 후 농약 씻겨나간 논에서 겨우 자생한 민물 새우를 잡아온 것이니 구하기 어렵고 가격조차 만만치 않았다.

토하젓하면 새우젓 같이 토하 만으로 담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토하와 생강, 파, 마늘, 찰밥 등을 갈아서 맵고 짜게 버무려 모든 재료가 어울려서 발효된 그 맛이 토하의 참맛이다.

민물새우가 예전에는 논이나 웅덩이 같은 데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서 그리 대단한 음식이 아니었다. 민물새우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는 민물새우 간장조림, 민물새우튀김, 민물새우무조림, 민물 새우굴전골, 버섯새우매운탕, 민물새우 매운탕, 민물새우전, 민물새우 수재비매운탕 등 그야말로 그 음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특히 민물새우된장찌개는 민물새우에 무와 매콤한 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재래식 된장을 풀어서 보글보글 끓여 내면 짭조름하고 구수한 국물과 맛이 일품이었고, 호박잎에 싸먹는 보리밥 한술의 기억은 이제는 아스라이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어릴 적 시골집의 향수를 불러 오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의 맛을 잊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현대화가 맛의 서구화는 아닐 것이다.


jae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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